산업 산업일반

리비아·요르단으로… 중고차 수출 예년의 2배 늘어[현장르포]

한갑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1 17:39

수정 2019.12.01 17:39

중고차 수출기지 인천항
중앙亞 차 세금인상 앞두고
미리 사놓으려는 수요 늘어
중동국가 경기 안정도 호재
올 9월까지 30만대 인천항 떠나
이런 추세라면 역대 최대 규모
41만대·1조3000억 육박할 듯
인천항 4부두에 정박한 카이진호에 중고자동차가 선적되고 있다. 카이진호는 리비아로 출항해 중고차를 수출한다.
인천항 4부두에 정박한 카이진호에 중고자동차가 선적되고 있다. 카이진호는 리비아로 출항해 중고차를 수출한다.
【 인천=한갑수 기자】 지난 11월 29일 인천 내항 3문을 지나면서 보이기 시작한 중고자동차들이 3부두와 4부두까지 길게 줄을 이었다. 선적을 기다리는 수천대의 중고차가 야적장을 가득 채웠다.
그 앞에는 대형 선박이 출입문을 열고 대기 중이다.

파나마 선적의 카이진호 안으로 중고차들이 줄을 지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7도로 바람이 다소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중고차를 선적하는 작업자들의 얼굴은 밝았다. 어느 때보다 중고차 수출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모처럼 중고차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어서다.

■야적장 가득 채운 수천대 중고차

카이진호 선적(로딩)을 담당하고 있는 배우성 감독관은 "올해처럼 중고차가 많이 수출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예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카이진호 바로 옆으로 여러 척의 선박들이 부두에 들어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하루 중고차를 수출하기 위해 인천 내항에 들어온 선박은 모두 6척에 이른다. 이 중 카이진호를 비롯한 3척은 최대 중고차 수출국인 리비아로 향한다.

중고차 딜러 300여개 업체가 모여 있는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고차를 실은 트럭이 연신 들어오고, 중고차업체마다 차를 사려는 딜러들이 줄을 이었다.

박지예 혜미모터스 과장은 "올해 중고차 수요는 리비아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등 중고차 물량이 2∼3배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수출을 주로 하는 업체의 무로딜전 대표는 "내년부터 중앙아시아의 세금이 대폭 오르기 때문에 중고차를 미리 사놓으려는 수요가 많아 수출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중고차 수출물량의 90%를 처리하는 인천항에서 올해 9월까지 수출된 중고차는 29만935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7832대보다 31.3%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리비아가 15만77대로 지난해보다 5만1348대(52%) 늘었다. 우즈베키스탄 8066대(1167.2%), 키르기스스탄 4038대(132.8%), 예멘 3292대(44.7%), 오만 2709대(216.5%), 요르단 2653대(18.9%), 수단 2056대(101.4%) 증가했다.

수출금액은 지난해 1∼9월 누적액이 6억1595만달러(약 7268억원)였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8억1904만달러(약 9664억원)로 2억309만달러(약 2396억원)인 32.9%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부산항은 2151만달러(약 253억원, 23.9%), 평택항 940만달러(약 110억원, 27.6%)가 증가했다.

■리비아 통화 평가절상·중앙아시아 사전 구매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이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는 리비아의 통화가 평가절상돼 현지 중고차 바이어들의 구매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의 자동차 세금이 내년부터 많이 오르는 데 따른 사전구매로 수출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요르단 등 중동지역 경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점도 중고차 수출물량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인천항만공사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인천항 중고차 수출물량이 역대 최대인 약 41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2012년 33만대가 연간 최대 수출량이다.

인천항에 중고차 수출물량이 증가하면서 중고차가 인천항 전체 물동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판매금액도 1조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자 그동안 난항을 겪고 있는 중고차 수출단지 이전 문제도 탄력을 받고 있다.


불법으로 사유지를 점거하고 있는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를 남항 인근에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홍경선 인천항만공사 부사장은 "중고차 수출을 민원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산업으로 봐야 한다. 환경피해 없는 최첨단·친환경 중고차 수출클러스터를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운영 중인 송도 중고차수출단지는 내년 7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일몰제가 적용돼 더 이상 중고차단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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