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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제 2 류현진’ 김진욱 잡을까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4:20

수정 2019.12.02 14:20


제 2회 고교 최동원 상 수상자 강릉고 김진욱 /사진=fnDB
제 2회 고교 최동원 상 수상자 강릉고 김진욱 /사진=fnDB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당시 상황이 재미있어 다시 들춰본다. 인천 동산고에 꽤 좋은 투수가 있었다. 당연 SK 선수였다. 그런데 이 투수는 팔꿈치 수술 경력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고교 투수 팔꿈치 수술은 흔치 않았다.


살짝 의문이 들었다. 마침 SK는 포수가 필요했다. 인천고 이재원에게 눈길을 돌렸다. 1차 지명 기회는 그렇게 무산됐다. 다음은 2차 1순위 롯데 차례. 일찌감치 그 투수에 눈독을 들여왔다. 한데 광주일고 사이드암 나승현이 일취월장 롯데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나승현은 당시 고교랭킹 1위 한기주에 밀려 KIA의 눈 밖으로 벗어나 있었다.

롯데는 8월까지 어정쩡한 ‘반반’ 스탠스를 취했다. 결국 나승현으로 돌아섰다. 롯데의 비극이었다. 그 투수는 2순위로 한화에 낙점됐다. 2006년 롯데는 8개 팀 중 7위에 그쳤다. 넝쿨째 굴러 온 류현진을 잡은 한화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내년에도 롯데는 2차 1순위 지명권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좌투수 김진욱(17·강릉고)이 전체 1순위 후보다. 2004년 12월 류현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순위였다. 하지만 8개월 후 나승현으로 둔갑했다. 내년엔 어떻게 될까.

김진욱은 ‘제2의 류현진’으로 불린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외모까지 닮았다. 신장이 조금 작을 뿐. 류현진은 190㎝, 김진욱은 183㎝ 93㎏. 김진욱은 고교 2학년이면서 쟁쟁한 선배 투수들을 제치고 ‘제 2회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1회 수상자는 서준원(경남고-롯데). 지난해까지 부산·경남 지역 투수를 상대로 수상자를 뽑았으나 올해부터 전국 고교 투수로 확대됐다. 경쟁자 가운데는 소형준(유신고-kt) 이민호(휘문고-LG) 등 1차 지명 투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김진욱은 올 해 청소년 대표 에이스로 활약한 소형준을 제치고 수상자로 결정됐다. 21경기에 나와 91이닝을 던져 11승 1패 평균자책점 1.58을 기록했다. 탈삼진 132개로 고교 투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유신고와의 주말리그 경기서 1패를 당했다. 11승 가운데는 개성고와의 청룡기 준결승도 포함되어 있다. 이 경기서 규정 투구수를 넘겨 정작 결승전에는 나서지 못했다. 창단 44년 만에 처음 올라간 봉황대기 결승전(휘문고)서는 6⅓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우승 문턱서 좌절했다.

김진욱은 ‘투피치’ 투수다.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타자를 상대한다. 나머지 구종은 던지지 못하게 강제로 봉인됐다. 최재호 강릉고 감독이 “고교 투수는 직구와 커브, 혹은 슬라이더 두 구종이면 된다. 다양하게 던지면 다치기 쉽다”며 막아서다.

김진욱의 최고 스피드는 143㎞. 평균 138~139㎞ 직구를 던진다. 몸이 유연하고 러닝으로 다져진 탄탄한 하체 덕분에 공끝이 좋다. 무엇보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고 최재호 감독은 귀띔했다. 강릉고 야구부는 밤 10시 반까지 훈련을 한다. 김진욱은 개인 훈련으로 12시를 채우는 날이 많다.

김진욱은 수원북중 시절 외야수였다.
강릉고에 와서 부쩍 체격이 커지면서 투수로 전향했다. 팔꿈치 등 투수 메커니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1학년 때 황금사자기서 충암고에 7이닝 무실점 깜짝 투구를 한 후 자신감을 얻었다. ‘제 2 류현진’ 김진욱이 롯데에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될는지.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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