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무자격자 범죄 막을 변리사법 개정 시급

기업 운명 뒤흔드는 무자격변리
법안통과 늦어지며 피해 늘어나
민생현안 분류해 개정 서둘러야

이달 초 수원지방법원은 불법 상표출원 대리업자 김모(32)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김씨는 변리사 명의를 빌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만 5500여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이렇게 얻은 범죄 수익금만 32억여원에 달한다. 검찰조사 결과 김씨는 피해자들로부터 1770회에 걸쳐 7억여원의 상표등록료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변리사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가 이 사건을 주목하는 것은 사건 규모도 규모지만 최근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무자격변리 행위의 대표 사례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씨는 초범도 아니다. 지난 2014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지만, 출소 후 교도소문을 나서자마자 똑같은 범죄로 다시 구속됐다.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변리사 업무 분야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됐을까? 현행 변리사법의 처벌 수위가 낮고 범죄수익을 추징할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특허·상표·디자인 등에 대한 감정, 상담, 자문 등 변리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명확한 경계와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무자격자의 업무수행 금지규정이 없다. 특허권, 상표권 침해여부와 권리범위, 권리의 유무효 등에 대한 감정과 상담 등은 전문 법률지식과 판단이 요구된다. 잘못 판단 시 해당 상품, 사업과 기업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다. 기업의 중요기술과 상품·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 해외 특허출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에 무자격자의 변리사업무를 금지하는 개정안 등 9개에 이르는 변리사법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달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특허법 일부개정안 등 42개 법안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국회의 오랜 공백 후에 열린 소위이기에 국감에서 지적된 이슈 등의 후속조치로서 그간 오랫동안 미뤄져 온 변리사법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소위에선 특허법 일부개정안과 특허청 산하기관들을 법정단체화하고 육성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발명진흥법 개정안 등만 논의됐다. 소위에 상정된 지 오래된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에 관한 개정안은 물론, 2년 전 발의돼 정부안까지 나온 무자격자의 국내·해외특허 출원 등의 무자격자의 불법 변리행위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막고 특허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변리사법 개정안 등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변리사 업무범위를 현실화시키는 개정안도 1년 넘게 심의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다양화되는 신지식재산권 분야의 변리사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변리사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20대 국회가 발명가와 기업 등의 피해를 방지하고 우리나라의 특허품질과 지식재산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9개의 변리사법개정안 중 어느 하나도 심의해 개정하지 못한다면 민생과 소비자피해를 외면하고 국가 지식재산경쟁력 강화를 방기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변리사제도의 주무관청인 특허청도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변리사법에 특허 등 지식재산권 출원, 심판, 소송 대리 및 감정 등의 업무를 변리사의 고유 업무로 정한 것은 이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법률적 판단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혁신의 도구로 산업과 경제의 강력한 성장 엔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변리사 업무범위를 시대에 맞게 현실화, 구체화해 무자격자의 변리사업무 행위와 이로 인한 기업 등 소비자의 피해를 근절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회에 발의돼 있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시급한 민생현안으로서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