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B급 코미디로 변신한 '한여름밤의 꿈'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6:50

수정 2019.12.09 16:50

문삼화 연출 계층간 갈등 등 담아
국립극단의 뎐극 '한여름 밤의 꿈'
국립극단의 뎐극 '한여름 밤의 꿈'
낭만 희극의 옷을 벗고 'B급 코미디'로 무장하다? 셰익스피어 희곡을 '뼈 있는' 코미디'로 탈바꿈시킨 문삼화 연출의 '한여름밤의 꿈'은 그 도전적 시도가 흥미롭다. 원작 특유의 낭만성이 약해진 이 작품은 군데군데 기발한 상상력이 반짝인다.

하지만 기존 질서나 권위에 도전하는 전복의 통쾌함이 다소 약한 측면도 있다. 원작은 요정, 아테네 귀족, 아테네 직공들이 마법의 숲으로 대변되는 환상과 현실의 공간을 넘나들며 서로 복잡하게 얽히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번 작품은 원작과 다른 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은 유사하나 표현법은 차이가 있다.
극중극을 만드는 원작의 직공들을 현대의 노동자로 풀었는데 이들의 모습이 특히 이질적이다. 또 요정은 요괴로 명명하며 오베론 왕과 여왕의 신경전을 마치 게임 속 캐릭터의 대결처럼 풀기도 한다. 사랑의 잣대기가 엇갈린 아테네 네 청춘남녀의 옷차림과 말투도 현대화했다.


문삼화 버전 '한여름밤의 꿈'은 또 다양한 계급과 계층 간의 갈등에 주목한다. 아테네에 정복당해 영주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하는 아마존 여왕, 아버지나 왕이 지목하는 남자와 결혼해야하는 두 딸의 모습이 눈에 띈다.
아마추어 연극을 올리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연출가와 배우 간의 위계 등 다양한 갈등이 표면화된다. 12월 4~29일 명동예술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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