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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제재 ‘약발’ 떨어졌나..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건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7:50

수정 2019.12.09 17:50

반대파 구아이도 의장 지지율
야당 부패 스캔들로 연일 추락
"고비 넘겼다"…경제 개선 조짐
난민들이 송금한 달러 ‘윤활유’
석유수출도 서서히 살아난 덕
美 경제제재 ‘약발’ 떨어졌나..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건재
올해 초만 해도 곧 무너질 듯 하던 니콜라 마두로(사진) 베네수엘라 정권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의 지지를 받으며 스스로 베네수엘라 새 대통령으로 선언했던 후안 구아이도 국회의장은 지지율이 연일 추락하고 있고, 미국의 경제제재는 약발이 떨어지며 베네수엘라 석유수출이 늘고 있다. 또 중남미 국가들의 마두로 정권 고립 역시 에콰도르, 칠레, 볼리비아 등 곳곳의 혼란으로 빛이 바랬다.

WSJ은 마두로 정권의 강력한 반대 세력으로 부상했던 야당이 부패 스캔들로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고, 심각한 경제난은 서서히 개선될 조짐을 보이며, 베네수엘라를 압박했던 중남미 각국은 제 앞가림 하기에도 바쁜 처지가 됐다면서 마두로 정권의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두로 정부는 경제가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가격·외환 통제를 중단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과 외환위기가 고비를 넘겼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역설적이게도 경제가 개선된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는 심각한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5년 이후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400만 난민들이다. 이들이 고향 가족들에 송금하는 수십억달러의 돈이 마두로 정부의 베네수엘라 경제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마두로 정부는 암묵적으로 달러통용을 허용하고 있고, 난민들이 고국에 송금한 달러가 베네수엘라 경제에 윤활유가 됐다.

미 국가안보위원회(NSC)에서 베네수엘라 정책을 담당했던 페르난도 커츠는 "마두로는 아마도 지난 수년에 비해 지금 훨씬 기분이 나아졌을 것"이라면서 자신이 "지난 3년 동안에 비해 지금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에 대해) 덜 낙관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베네수엘라인들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를 예측할 어떤 근거도 지금은 없다"고 비관했다.

연초만 해도 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1월23일 야당이 장악한 국회 의장으로 선출된 구아이도는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했고, 수일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그를 합법적인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후 수개월 마두로는 진지를 사수했고, 구아이도는 군부를 움직여 마두로를 끌어내리는데 실패하면서 모멘텀을 잃었다. 구아이도 지지율은 10월 부패스캔들이 터지기 전 이미 2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40% 수준으로 추락한 바 있다. 부패스캔들로 지지율은 더 심각히 추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9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쫓겨나면서 마두로에 초강경 입장을 보이던 인사들의 힘이 빠졌다. 또 10월에는 에콰도르를 비롯해 칠레, 볼리비아 등에서 대규모 폭력 시위가 불붙으며 중남미가 혼란에 휩싸였다. 덕분에 마두로는 정권의 실책과, 이에따른 식료품·의료품 부족 사태에 대한 베네수엘라인들의 관심을 흩트러뜨리는데 성공했다.

그 와중에 베네수엘라 경제는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마이너스(-)35%로 예상했지만 실제 성장률 둔화폭은 이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미 제재망을 뚫고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수출이 서서히 살아난 덕이다.
유조선 선적 흐름을 추적 조사하는 웹사이트 탱커트래커닷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원유수출은 9월 하루 63만7500배럴이던 것이 10월에는 하루 93만5000배럴로 늘었다.

미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석유수출 항에 유조선들이 들락거리면서 수출이 서서히 늘고 있음이 확인됐다.
미 튤레인대의 데이비드 스말드 연구원은 "이 모든 것들이 마두로 정권의 기반을 탄탄하게 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야당은 1월 이후 분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