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윤중로] 양보·타협 없는 추한 민낯 단죄하자

[윤중로] 양보·타협 없는 추한 민낯 단죄하자

갈수록 가관이다. 한번 약속한 선거법 개정안도 각자의 정파적 이익 앞에 '누더기'로 변질됐고, 양보와 타협은 실종됐다. 오로지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식'의 강대강 대치만 있을 뿐이다. 주요 민생법안은 선거법, 공수처법 등 정치적 흥정 법안에 밀린 채 국민 시계가 아닌, 정파 시계에만 타이밍이 맞춰져 있다. 집권여당은 양보 없이 패스트트랙 법안의 16일 본회의 상정 강행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타협 없이 거리로 나가 장외투쟁을 지속 중이다.

임기를 불과 5개월 남짓 남겨둔 20대 국회의 변하지 않는 '추한 민낯'이다. 여야 모두 입으로만 국민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정파적 이익에만 함몰된 채 당리당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길 뿐이다. 국민들은 엄청난 혈세로 여야 정치인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지만, 국회는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기본 책무를 등한시한 채 정파적 갈등만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정당들은 지난 4월 30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225-75석으로 하는 연동형 비례를 50%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한국당의 거센 반발에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최근 여당과 범여권 군소정당들은 국회법에도 없는 '4+1협의체'라는 걸 만들어 225-75석으로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또다시 각 정당의 당리당략 최대화에 맞춰 누더기 법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50-50석으로 바꾼 것도 모자라 비례대표 50석을 어떻게 연동형 비율로 나눠 갖느냐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의 룰을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로 정하기보다는 단 1석이라도 더 가져야 한다는 정파적 이익만 충돌하고 있다.

지난 10일 집권여당 주도로 통과된 513조원 규모의 슈퍼 새해예산안 처리 과정도 '목불인견'(目不忍見·눈으로 차마 참고 볼 수 없음)이었다. 국민 혈세로 짜인 천문학적 예산안이 깜깜이, 밀실 처리되는 과정에서 여당과 군소정당들의 나눠먹기는 여전했다. 돈(예산)을 고리로 정파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주요 법안을 짬짜미하는 건 명백한 대가성 탈·불법 행위로 볼 수 있다.

법을 지켜야 할 국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입법권, 예산심의권 등)을 교묘하게 배분하면서 정작 민생은 돌보지 않는, 이 해괴한 한국 정치의 폐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데도 이를 제어할 '견제장치'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번 정치가 코미디에 비유되는 건 당연하다. 이 같은 한국식 정치판 코미디를 앞으로도 계속 봐야 하는 국민들로선 엄청난 곤욕이자, 최소한 정신적 측면에서 '강제적 유린행위'에 해당한다.


정치인들이 무능 보좌진을 일방 해고하듯 국민도 국회를 일방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로선 투표를 통한 선거가 국민 해고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언제까지 갈등과 대치, 당리당략, 자중지란을 일삼는 '무능 국회'를 강제 시청해야만 하나.

오는 21대 국회에선 이런 정파적 이익이나 당리당략만 앞세운 정치적 몽니를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할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