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USMCA, 美 무역협정 새 기준"… 세계무역질서 재편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5 17:43

수정 2019.12.15 17:44

NAFTA 대체 새 무역협정 수정안
상대국 임금 상향·노동기준 강화
내년 초 상원의결 거쳐 발효될 듯
中·日겨냥 환율조작 금지 명문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의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경기장에 방문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의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경기장에 방문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민주당이 비준에 동의한 미국·캐나다·멕시코간 자유무역협정인 USMCA가 앞으로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중국과 무역협정에서 기본 틀로 작동하게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관계자들과 관측통들을 인용해 USMCA에서 제시된 노동기준, 디지털 제품 무관세, 환율조작,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비시장경제' 조항이 앞으로 미국의 무역협상에서 표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USMCA는 지난주 민주당이 비준에 동의함에 따라 이번주 하원을 통과하고, 내년 초 상원의결을 거쳐 백악관에 전달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25년 간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체제가 정보기술(IT) 부문에 관한 새로운 조항들로 무장한 USMCA로 대체된다.


트럼프 대통령 수석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주 WSJ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USMCA가 "앞으로 미국이 맺는 무역협정의 기본틀이 될 것으로 늘 생각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으려는 나라들은 임금을 끌어올리고, 노동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미 기업들이 임금이 낮고 노동기준도 느슨한 멕시코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USMCA에 도입된 노동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지지한 USMCA에서는 멕시코의 노동보호 강화를 강제하고 있다. USMCA 노동조항에 따라 멕시코는 임금을 끌어올리고,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허용하며 이 조항 준수 여부를 감독할 노동 감시기구도 만들어야 한다. 미국보다 임금이 낮고, 노동기준이 느슨한 국가들은 앞으로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을 때 이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USMCA에서는 무역협정 가운데 처음으로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조항이 명문화됐다. 이 조항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는 정부의 외환거래를 공개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제재를 받게 된다.

환율조작과 거리가 먼 캐나다와 멕시코를 겨냥했다기보다 이후 중국, 일본과 무역협정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영국, EU와 무역협정에서는 걸림돌이 되지 않겠지만 중국이나 일본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조항이다. 미 정부 관계자는 13일 트럼프가 서명한 중국과 1단계 무역협정에도 이 환율조작 금지 조항이 삽입됐다고 전했다. 환율조작과 관련해 미국의 주요 관심국 가운데 하나인 일본 역시 9월 '미니딜' 타결 이후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포괄적' 무역협상을 타결짓기 위해서는 이 조항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항이다. 국영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국제 시장에서 이득을 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항이다. USMCA는 협정국이 중국이나 중국처럼 보조금을 지급하는 '비시장 경제' 나라들과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을 경우 이를 공개토록 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에 발판을 마련해 미 시장에서 우위를 다지려는 전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조항이 미국의 무역협정에 그대로 적용되면 중국의 해외 진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비시장 경제 조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곧바로 미·중과 무역협정을 맺으려는 영국에 협상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영국과 무역협상에서 이 조항을 들이대면 영국은 중국과 무역협정을 맺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나프타를 해체하고 USMCA가 들어서는데 핵심적인 배경이 됐던 IT 부문의 눈부신 성장에 따른 정책대응은 앞으로 미 무역협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USMCA는 디지털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금지하고 있고, 협정국에 스팸메일 금지법도 요구하고 있다.
이와함께 전자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지재권 보호 규정도 반드시 만들도록 해 기업들이 자사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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