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검경 '이전투구'… 국민 신뢰회복 나서야](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9/12/16/201912161748103439_s.jpg)
불교 경전을 보면 '공명조'라는 전설의 새가 등장한다. 꿩의 일종으로 머리는 2개, 몸은 하나인 이 새는 한쪽 머리가 깨어 있으면 한쪽 머리가 잠들어 항상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했다. 어느 날 한쪽 머리가 자신 몰래 맛있는 열매를 먹었다는 걸 알게 되자, 다른 쪽 머리는 화를 내며 복수할 방법을 찾다 독이 든 음식을 먹었고 결국 같이 죽고 말았다.
교수신문이 교수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는 이 공명조의 얘기를 다룬 것이다.
이념, 정치 등 각 분야에서 쉼없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꼬집는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된다.
특히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벌이고 있는 이전투구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의 범위와 내용 등을 두고 오랜 시간 신경전을 이어왔다. 이후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수사권조정안 처리가 가시화되면서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특히 지난 2일 숨진 채 발견된 검찰 수사관 A씨의 휴대폰을 두고 검찰과 검찰의 갈등이 폭발했다. A씨의 유품으로 서초경찰서에서 보관 중이던 휴대폰을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이에 경찰이 휴대폰에 대해 2차례 압수수색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기각하면서 양대 수사기관은 '핑퐁 게임'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단순히 휴대폰 내용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기보다는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진행된 전초전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압수수색과 재압수수색 신청 과정에서 현재의 수사절차가 가지는 한계를 보여주면서도 경찰이 수사권마저 가지게 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또한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을 두고 본격화한 검찰과 경찰의 공방전은 수그러들기는커녕 하루가 지날수록 점입가경이다.
최근 검찰이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직접 수사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경찰의 과오를 집중 거론하자 경찰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성급한 판단을 앞세워 여론몰이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여기에 경찰도 고래고기 의혹과 관련해 환경단체가 검찰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사실상 재조사에 들어가는 등 맞불을 놓았다.
마치 제한시간이 정해져 있는 스포츠 경기를 하듯 쉴새 없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대 수사기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싸늘하다. 어느 순간부터 가장 우선시해야 할 국민은 사라진 채 검찰과 경찰이 서로 물어뜯기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압수수색한 휴대폰의 암호설정도 풀지 못한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경찰과 검찰이 공조를 통해 국민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과 수사를 통해 의문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고서 산해경을 보면 '만만'이라는 전설의 새가 나온다. 이 새는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어서 날기 위해서는 짝을 이뤄야만 한다.
굳이 같은 편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 어느 한쪽이 무너져서는 나머지 한쪽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검찰과 경찰의 뼈를 깎는 반성과 자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사회부 차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