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식초강국 일본시장 점령한 한국 '마시는 식초'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9 14:45

수정 2019.12.19 14:45

올해 전년대비 3배 가량 성장
K뷰티 열풍 타고 3040 여성 공략


대 일본 식초 수출
(톤, 만 달러)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11월까지
중량 금액 중량 금액 중량 금액 중량 금액 중량 금액 중량 금액
식초 660 231 1126 291 2960 633 4626 978 4838 991 1만4452 2662
(KATI 농식품수출정보)

[파이낸셜뉴스] 한국 음용식초가 일본 내수시장을 점령했다. 중국·이탈리아와 함께 세계적인 식초강국으로 군림해온 일본 식초업계를 누르고 얻은 놀라운 성과다.

19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일본에 수출된 식초제품 매출총액이 2660만 달러(약 3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도 동기간 912만 달러에서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230만 달러에서 2016년 633만 달러, 2018년 991만 달러로 꾸준한 상승세다. 특히 올 한 해 동안엔 성장세가 더욱 가팔랐다.
매달 수출량이 전달보다 수배씩 급성장하며 반년이 채 지나기 전에 전년도 수출총액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최근 일본 돈키호테 등 생활잡화 매장, 코스트코 등 대형매장에선 한국 음용식초가 최고 인기제품으로 분류된다. 한국 식초를 찾는 고객이 늘다보니 자연히 매대도 눈에 띄는 곳으로 옮겨오는 경우가 잦다. 소비자 대부분은 여성으로 그 중에서도 3040 세대가 주를 이룬다. 한국에서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지만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는 평이다.

놀라운 사실은 일본이 중국·이탈리아와 함께 알아주는 식초 생산국이란 점이다. 초밥 등 식초를 활용한 음식이 발달해 있고, 현미를 발효한 흑초 중심의 진한 식초가 대세를 이룬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음용식초가 거둔 성과는 차별화된 제품개발과 홍보·마케팅의 승리로 볼 수 있다.

한국 음용식초는 식초로 분류되지만 단일 제품을 그대로 음용하거나 술과 요거트, 물 등에 혼합해 마시는 방식으로 소비돼 전통적인 식초와는 다른 음용형태를 가졌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풋사과·석류·복분자·블루베리(이상 청정원 홍초), 복숭아·청포도·깔라만시·석류·그린애플(이상 CJ제일제당 미초) 등 한국시장에서 단련된 다채로운 라인업은 일본 브랜드가 갖추지 못한 장점이다. 일본 제품에 비해 식초함량이 크게 낮고(홍초 48% 내외, 미초 25% 내외) 올리고당과 액상과당을 활용해 단맛을 내는 점도 한국시장과 달리 도리어 장점으로 작용한다. 음료에 타서 직접 음용하기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음용식초는 특유의 건강함과 과일을 활용한 상큼한 맛, 한류열풍과 맞물린 세련된 인상까지 갖춰 기존 일본 제품이 갖지 못한 매력을 내보인다. 한국 음용식초가 반향을 얻자 일본 업체들에서도 마시는 식초를 연달아 출시했지만 특유의 진한 맛과 세련되지 못한 이미지가 강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영향으로 CJ제일제당 쁘띠첼 미초의 일본 매출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약 70%, 청정원 홍초는 56% 성장했다. 2019년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서 전년도보다 두 배 이상의 실적이 기대된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으로의 식초 수출은 전분기 대비 400% 이상 늘었으며, 여름대목을 맞은 2분기엔 550%, 3분기에도 25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농심품부는 이 같은 성장세의 이유로 “미용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층 및 주부층을 중심으로 마시는 식초에 대한 고객 인지도 확대에 따라 수출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음용식초 시장에서 한국제품이 점유율을 높여감에 따라 일본진출을 검토하는 한국 기업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장에서 마시는 식초 제품을 출시한 오뚜기·롯데칠성음료·샘표 등이 후보군이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너무 사업이 잘 되다보니 경쟁사에서 시장진입을 하려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정확한 매출을 밝히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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