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야시장에서 라임 찾아 삼만리
대부분의 럼이 그렇듯 쌩쏨은 높은 도수를 자랑한다. 계절이 'hot', 'super hot', 'extremely hot' 밖에 없는 태국에서 40도의 럼을 스트레이트로 들이켰다간 더위를 먹어 저승사자와 하이파이브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더운 기후 때문에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에서는 맥주에도 얼음을 섞어 마시는 일이 흔하고, 고도주는 콜라 등을 섞어 칵테일로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자고로 술이 달면 안 된다'는 주당의 법칙을 신봉하기에, 나는 레드불과 콜라를 넣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라임과 탄산수만 넣는 편을 선호한다. 음식과 함께 할 때도 훨씬 잘 어울리는 데다 무엇보다 풍부한 비타민이 숙취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난 태국 여행을 할 때 거의 매일 밤 1일1쌩쏨을 실천하지만 속이 거북하거나 머리가 무거웠던 적이 별로 없다. 맥주로 입가심만 하지 않는다면…
라임이 디톡스 작용을 해서 어마무시하게 많이 먹었어도 살이 '덜' 쪘으리라 자기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 치앙마이·치앙라이 여행에서 나와 친구는 매일 저녁마다 '라임 찾아 삼만리'였다. 음식점에서도 주문하면 주긴 하지만 간장종지 같은 그릇에 조금씩 썰어주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찼기에, 지나가다 야채나 과일을 팔 것처럼 보이는 가게면 무조건 들어가서 "마나우(라임) 있나요?"를 외쳤다.
적은 양이 마음에 안 드는 친구는 그 길로 라임을 찾으러 나갔다. 한참 뒤에 검정 봉지 가득 라임을 채워 온 친구에게 물었더니 팟타이 노점에서 30바트에 샀단다. 우리는 다음날에도 그 노점에서 라임을 실컷 사서 방에서 쌩쏨 파티를 했다.
나는 술과 음식의 조화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특히 강해서 먹기 고약한 음식을 중화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까진 싫어했던 곱창을 소주를 접하면서는 환장하듯 좋아하게 됐고, 아직까지도 어려운 홍어지만 막걸리가 있다면 두세 점까지는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음식에 당연히 그 지역의 토양과 햇빛이 스며들듯 술에도 마찬가지다. 쌩쏨에선 기분 좋은 남국의 정열과 후끈한 공기가 느껴진다. 태국행이 5번이 넘는 순간부터 횟수를 세지 않을 정도로, 나는 태국병 환자다. 다녀올 때마다 쌩쏨을 한 병씩 사 오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오지 않게 됐다. 어차피 서늘한 한국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안 나는 걸 알기 때문에. 라임을 구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지만 한 알에 천 원이 넘는 라임 가지고는 성에 안 차 여행의 추억만 씁쓸하게 곱씹을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의 결론을 맞추시오.
1. 쌩쏨을 사 와서 여름에 먹는다.
2. 태국 음식 레스토랑에 가서 먹는다.
3. 마트에서 라임 생과를 발견하거든 그 날 병을 개봉한다.
4. 쌩쏨을 맛있게 먹기 위해 다시 태국엘 간다. (정답)
※코너 제목의 '이예술'은 지인들이 부르는 이 기자의 별명입니다. 그냥, 술 따라 떠나는 여행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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