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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톡] 中-대만 관계는 '어지러울 란(亂)'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0 17:51

수정 2019.12.20 17:51

중국과 대만은 매년 말 각각 올해를 대표하는 한자를 선정해왔다. 아울러 지난 2010년부터 공동으로 올해의 한자를 선정하고 있다.

대만이 올해 대표 한자를 먼저 발표했다. 올해 대만 상황을 상징하는 한자는 '어지러울 란(亂)'이다. '란'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란'이 다시 1위를 차지한 것은 2008년에 이어 12년 만이다.


특정 글자가 두 차례나 수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란' 외에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한자 역시 '근심 우(憂)' '속일 사(詐)' '외로울 고(孤)' 등 모두 부정적인 의미 일색이다. 대만에서 2008년부터 선정된 올해의 한자 역시 대부분 부정적 의미를 담았다.

올해의 한자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중국도 2019년 한해를 '란'이란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혼돈의 시기를 거쳤다. 중국과 대만 간 양안관계 역시 그렇다.

중국과 대만이 2018년 양안(중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한자어로 '바랄 망(望)'자를 선정한 바 있다. 평화, 번영과 행복한 삶 등 미래에 대한 공동의 기대를 반영했다는 평가였다.

실제로 올해 중국과 대만 관계는 어지러움의 연속이었다. 홍콩 시위 사태 영향으로 중국의 일국양제에 대한 불신이 대만 내에서도 거세게 불었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미국과 대만 간 관계는 더욱 밀착됐고,

중국은 무력으로 대만을 접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남발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대만여행을 막는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외교압박으로 대만의 수교국들도 하나 둘 떨어져나갔다. 중국이 대만을 고립시키는 전략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 내부사정도 어지러움의 연속이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됐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로 일국양제의 근간에 금이 가면서 중국 지도부의 위상도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대만 독립 여론까지 거세졌다. 홍콩 시위 사태를 기화점으로 신장 위구르를 비롯해 티벳의 인권·종교 탄압에 대한 국제적 지탄이 쏟아졌다.

어지러움의 연속이었던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2020년이라는 새해가 임박했다.

그러나 내년 중국과 대만 관계는 '어지러울 란(亂)'을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중국의 두번째 항공모함이자 최초의 독자기술로 건조된 항공모함 산둥함이 첫 항모 랴오닝함과 함께 대만 관련 분쟁에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관계가 내년 더욱 고조될 조짐이다.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된 대만 대선은 중국과 대만 간 관계악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대만 무력접수가 거론된 가운데 홍콩 시위를 계기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대만인들의 독립 의지가 한껏 불타오르고 있다.

심지어 친중 정당으로 불리는 국민당 지지층 내에서도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정도다. 지난해 11월 24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참패한 바 있다. 민진당을 이끄는 차이잉원 총통은 선거 패배 여파로 내년 재선이 불확실했다.
그러나 중국의 거센 압박 탓에 한달여 남은 대만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이 유력시된다.

대만의 올해 대표 글자 선정에 '란(亂)'을 추천한 리안 감독은 "도처에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면서 중국과 대만 관계에 '화(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국과 대만 관계에 '망(望)' 혹은 '화(和)'가 정착될지 현재로선 까마득하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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