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윤중로]부동산 정책의 모호성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2 17:53

수정 2019.12.22 17:53

[윤중로]부동산 정책의 모호성
"그런데 15억원이란 기준은 어디서 나온 거야?"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신조어를 하나 내놨다. 이른바 초고가 아파트. 시가로 15억원 넘는 아파트를 초고가 아파트로 낙인을 찍었다. 정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초고가 아파트(시가 15억원 초과)에 대해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시켰다. 사고 싶으면 현금 주고 사라는 얘기다.

그동안 고가 아파트 기준만 있었다. 9억원이다.
이번 대책에서 9억원 초과분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40%에서 20%로 축소했고, 고가주택 기준도 공시가격 9억원에서 시가 9억원으로 강화했다. 3억원과 6억원도 문재인정부 들어 18회나 쏟아진 대책에 자주 등장했다. 12·16 대책에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대상에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은 물론 비(非)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도 포함시켰다.

문제는 12·16 대책에서 새롭게 등장한 15억원이라는 기준이 왜 나왔는지 정부 보도자료 어디에도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 대책 발표 하루 뒤 15억원 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금지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재산권,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시세 15억원 아파트를 초고가 아파트로 공식 인정한 만큼 12억~14억원대에 있는 아파트가 15억원에 따라붙는 이른바 '키 맞추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15억원이라는 기준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지만 정부는 이 기준을 제시한 이유를 속 시원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7일 가진 송년간담회에서 "부동산 점검반에서 점검을 해보니 15억원 정도 되는 아파트들이 집값을 선도했다"면서 "그런 현장의 의견을 들어서 15억원에서 끊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큰 그림 속에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현장의 의견을 들어 즉석에서 결정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15억원이라는 기준을 놓고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대책에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1주택 세대로서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1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될 때 시세가 15억원을 넘더라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으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지분 가격이 15억원을 넘을 경우 이주비 대출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된다. 거래 자체가 많지 않아 시세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재개발의 경우 지분이 다양해 시세를 비교하기도 어렵다. 재개발·재건축은 시세와 별도로 감정평가 금액도 있다.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할지 아직 모호한 상태다.


18회의 대책으로 오히려 집값을 올려놓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긴급하게 내놓은 대책이 시장에 또다시 혼란을 주고 있다. 당장 23일부터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의 LTV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부동산 시장에선 세부 기준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기 상황으로 생업에 어느 때보다 바쁜 국민들을 '정책의 모호성'으로 부동산 전문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정부의 진의를 의심하게 된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