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식품안전의 새로운 길

최근 발표된 '2018 식품소비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성인가구의 50.3%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중도 46.9%로 상당히 높았다. 이렇게 국민의 절반 이상이 식품안전에 관심이 있는 만큼 식품 위해요소에 대한 분석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더욱 안전한 식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구입하는 식품이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생산·유통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포장지에 찍힌 'HACCP(해썹)' 마크를 확인하면 된다. HACCP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나면서 인증업체만도 1만8000여개에 이른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가공식품의 85%가 인증제품일 만큼 큰 성장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충제 계란 같은 사고로 HACCP 제도를 잘 지키고 있는 제품까지 신뢰도가 하락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제도가 바로 '스마트 HACCP'이다. 스마트 HACCP은 가장 중요한 중요관리점(CCP) 공정의 모니터링을 자동화하고, 각종 기록 일지를 디지털화하는 HACCP 기록관리 시스템이다. 스마트 HACCP은 식품 제조공정의 모니터링을 한 번에 가능하게 해 식품업체의 운영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 또 기록 관리의 전산화로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식품사고 발생 시 원인 분석과 대응에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 스마트 HACCP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이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에 마주해야 하는 식품업체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이 적용된 스마트팩토리가 산업 전반에 구축되고 있다. 식품 분야도 중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제조실행시스템(MES) 등의 생산공정 관리프로그램 도입과 함께 공정 자동화가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식품안전'으로 그 범위를 좁혀보면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스마트팩토리가 도입된 식품공장도 제조공정의 수많은 디지털 식품안전정보를 아날로그로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소규모 영세업체는 부족한 인력에도 불구하고 매일 모니터링 점검사항을 수차례 육안 확인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HACCP 관리에 적지 않은 노력이 투입되거나 비의도적 실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인해 자칫 식품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식품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 HACCP이 도입된다면 인건비 감소, 생산효율성 증가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식품 생산의 안전관리는 물론 각종 식품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몽골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의 말로, 내가 가진 것을 지키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식품제조업체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식품안전의 새로운 길인 '스마트 HACCP'에 적극 도전해보길 바란다.

강일준 한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