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고유정·이춘재 등 전국적 사건사고 잇따른 2019년 충북

뉴시스

입력 2019.12.26 06:30

수정 2019.12.26 06:30

전 남편 살해 고씨, 청주서 체포…의붓아들 살해 혐의 화성연쇄살인 피의자 이씨, 청주 추가 범행 드러나 여중생 조은누리, 야산서 실종 열흘 만에 기적 생환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woo1223@newsis.com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기해년(己亥年)의 햇빛은 유난히 어두웠다. 하늘은 미세먼지로 뒤덮였고, 땅에는 범죄의 그림자가 짙게 깔렸다.


충북은 더 유별났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할 대형 사건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올해 사회 분야 핵심 키워드인 '고유정'과 '이춘재'가 모두 충북과 연관됐다. 이들은 범행의 마지막을 청주에서 끝냈고, 청주에서 붙잡혔다.

한때 '교육의 도시'로 불리던 청주가 '범죄의 도시'란 오명을 쓰게 된 것도 이들 때문이었다.

그래도 희망의 바람은 불었다. 지난 여름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지적장애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이 열흘 만에 구조된 것이다. 35도를 넘나드는 뙤약볕을 이겨낸 조양의 정신력과 그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수색대원 5799명이 만들어낸 기적의 스토리였다.

2019년 충북에서 발생한 대형 사건사고를 되돌아본다.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청주서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지난 6월1일 청주가 발칵 뒤집혔다. 5월25일 제주에서 전 남편(36)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온 고유정(36)이 이날 청주시 상당구의 한 자택에서 긴급체포 되면서다.

제주가 고향인 고씨는 자신의 친아들과 함께 제주의 한 펜션으로 내려가 전 남편 강모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제주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으로 3월2일 발생한 고씨의 의붓아들(4) 변사사건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청주상당경찰서는 고씨와 고씨의 현 남편 A(36)씨를 각각 살인 혐의와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뒤 최종 피의자를 찾기 위해 장고를 거듭했다.

당초 A씨의 잠버릇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에 무게를 두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물 감정 결과와 범행 전후 고씨의 행적,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의 수사자료 분석,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판단했다.

고씨는 의붓아들 B군이 숨지기 전날 저녁 A씨와 B군에게 전 남편과 같이 카레를 먹였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 살해 수법과 유사하게 카레나 음료수 등의 음식에 수면제 성분을 넣은 뒤 A씨가 잠든 틈을 타 B군을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결론 냈다.

지난 11월 초 제주지검으로 사건 이송된 고씨는 현재 전 남편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 혐의와 병합돼 제주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이춘재. (사진=SBS 제공)
[서울=뉴시스]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이춘재. (사진=SBS 제공)

◇청주에서 막 내린 화성연쇄살인사건

희대의 연쇄살인마 이춘재(56)의 범행 시작은 화성, 그 끝은 청주였다.

지난 9월 DNA를 통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된 이씨는 1994년 1월13일 청주에서 처제(19)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1991년 1월27일 청주시 복대동에서 방적공장 여직원 C(17)양을, 같은 해 3월7일 남주동에서 가정주부 D(29)씨를 각각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택지개발공사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발견된 C양은 양손이 뒤로 묶인 채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혀져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동일한 범행 수법이었다.

D씨는 남주동 집 방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눈은 공업용 테이프로 가려지고, 입에는 스타킹이 물려 있었다. 목이 졸리고, 양쪽 가슴에선 흉기에 찔린 상처가 발견됐다.

경기도 화성 출신의 이씨는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의 고향인 청주를 오가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991년 결혼한 이씨는 1993년 4월 청주로 거처를 옮긴 뒤 이듬해 1월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첫 사건 발생 33년 만에 피해자가 10명에서 15명으로 늘었으나 공소시효가 모두 완료돼 추가 처벌은 불가능하다.

1988년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가석방된 윤모(52)씨도 그동안 청주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을 주장하는 윤씨는 현재 변호인의 도움으로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청주=뉴시스]김재광 기자 = 2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 야산에서 구조된 조은누리(14)양이 오후 5시께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조양은 눈을 깜빡거리며 비교적 양호한 건강 상태를 보였다. 2019.08.02. kipoi@newsis.com
[청주=뉴시스]김재광 기자 = 2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 야산에서 구조된 조은누리(14)양이 오후 5시께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조양은 눈을 깜빡거리며 비교적 양호한 건강 상태를 보였다. 2019.08.02. kipoi@newsis.com

◇조은누리양, 실종 열흘 만에 야산서 구조

지난 8월2일은 '기적의 날'이었다.

7월23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한 야산에서 가족과 헤어진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이 실종 열흘 만에 구조됐다.

조양은 실종 지점에서 직선거리 920m, 도보이동거리 1.5㎞ 떨어진 곳의 풀숲 그늘에서 발견됐다.

빗물과 계곡물로 버텨온 조양은 탈수 증세와 다리 찰과상 외 특별한 이상 증상이 없었다. 경찰은 지적장애 2급에 자폐 증상을 앓고 있는 조양이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일대 야산을 헤맨 것으로 추정했다.

조양은 어머니와 남동생, 지인 등 10명과 함께 숲 산행 체험을 하기 위해 계곡 주변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민·관·군·경 합동수색단은 조양 실종 후 누적인원 5799명을 투입해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 2678명, 군 장병 2366명, 소방 특수구조대 469명, 기타 286명 등의 인력과 드론, 열화상 카메라, 수색견 등의 장비가 차례로 투입됐다.

당국은 조양이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일대 진·출입 차량 50여대의 행적을 쫓는 등 수색과 수사를 병행한 끝에 극적으로 조양을 구조했다.
조양을 처음으로 발견한 건 군 수색견 '달관이(7살·수컷 셰퍼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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