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산 ‘막강 자본력’ 등에 업고… 아시아나, 재도약 날개 편다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7 17:25

수정 2019.12.27 17:25

아시아나 31년만에 ‘새둥지’
현산, 인수가 2조5000억원 중 구주가격 등에 3200억원 사용..2兆 넘는 돈은 경영정상화 투입
재무구조 개선으로 재도약
범현대가 항공물류 이전 가능성
부채비율 반으로 줄어 신용도 ↑
내년 1분기 리스사 설립도 호평
현산 ‘막강 자본력’ 등에 업고… 아시아나, 재도약 날개 편다
현산 ‘막강 자본력’ 등에 업고… 아시아나, 재도약 날개 편다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출범 31년만에 금호 둥지를 떠나 새 주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안겼다. 항공업계 불황, 취약한 재무구조 등으로 날개를 펴지 못하던 아시아나가 현산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재도약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7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SPA)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마무리했다. 현산 컨소시엄은 총 2조5000억원을 투자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했다. 현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가 발행할 보통주식(신주)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양측이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해왔던 기내식 관련 과징금 등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는 9.9%로 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88년 취항한 이래 31년간 고속 성장해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양대 항공사로 우뚝 선 국내 2위 아시아나항공은 출범 31년 만에 범현대가의 일원이 됐다.

■아시아나, 날개 펴나

아시아나는 지난 2006년까지만해도 부채비율 300% 수준으로 꽤 건실한 항공사였다. 하지만 금호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6조4255억원)과 2008년 대한통운(4조1040억원)을 인수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금호그룹은 단숨에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라섰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치면서 2009년 6월 대우건설을 되팔아야만 했다. 위기는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로 번졌고, 아시아나 역시 2009년 구조조정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신청해야만 했다.

이어 2015년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7300억원을 들여 금호산업 재인수에 나서는 과정에 동원된 아시아나는 부채비율이 1000%에 달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됐다. 아시아나가 매물로 나오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재무제표 등을 신뢰할 수 없다며 '한정' 의견을 내면서다. 박 전 회장은 결국 7월 아시아나 매각 공고를 냈고, 지난달 12일 현산 컨소시엄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SK, 한화, GS그룹이 인수후보로 거론됐지만 소문에 그쳤다.

현산은 인수가로 약 2조5000억원이란 막대한 금액을 써내면서 본입찰 막판까지 경쟁했던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을 가볍게 따돌렸다. 현산은 2조5000억원 중 구주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200억원가량을 쓴다. 나머지는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에 투입한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 자본은 올해 3·4분기 말 기준 1조1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아진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HDC그룹의 자금 수혈로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속적 투자로 초우량 항공사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경영적으로 선순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그간 대한항공이 80∼90%가량을 점유했던 현대자동차·현대백화점·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가의 항공 물류가 아시아나로 넘어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HDC의 숙제는

부채비율이 떨어지면 아시아나의 회사채 신용등급도 높아져 자금조달의 숨통이 트이고, 이는 신규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대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아시아나 기업 신용등급은 'BBB-'다. 현산 컨소시엄 미래에셋이 내년 1·4분기를 목표로 항공기 리스사 설립에 나선 것도 긍정적이다. 아시아나와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현재 해외 리스사에 항공기 82대에 대한 리스 계약으로 연간 550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아시아나 내부에선 이미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각종 작업에 착수했다. 기내면세점 담배 재판매, 전 항공기 일등석 폐지, 비수익 노선 정리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1월 2일(구매·탑승일 기준)부터는 다른 승객보다 먼저 내리기 쉽고 넓은 좌석의 국제선 프론트 존과 듀오 좌석 운임을 인상한다. 내년 1월 7일부터는 에어부산 공동운항 7개 국내선 운임도 평균 3.8% 올린다. 희망퇴직도 지난 5월에 이어 이달 23일부터 다시 받고 있다.


한편 에어부산(44%)처럼 아시아나의 지분율이 100%가 안되는 자회사 처리에 대한 부분은 현산이 풀어야 할 숙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거래법 적용까진 2년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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