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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삼다수 파업 장기화 치닫나?…노사, 남 탓 공방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7 20:15

수정 2019.12.27 20:58

제주도개발공사, 인금인상 단체교섭 결렬…공장가동 중단
사측 “예산편성기준 밖” vs 노조 “걸핏하면 합의안 뒤집어” 
제주도개발공사 노조 집행부가 27일 오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세미양빌딩 1층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총파업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노조 집행부가 27일 오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세미양빌딩 1층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총파업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위원장 허준석)이 27일 첫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단체협약에 대한 노사 양측의 이견 차가 커 자칫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낳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삼다수공장은 총파업으로 이날 9시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노사는 파업을 앞두고 이날 새벽 2시까지 밤샘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급기야 오경수 사장은 이날 오전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면담을 갖고 단체협약 최종 결렬과 총파업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사측은 무엇보다도 이번 단체협약에 대해 “정부의 예산편성 규범을 어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오경수 사장 “책임지겠다” 원 지사 찾아 사의 표명

강경구 경영기획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공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건비 총액에 대한 상한선이 있다”며 “범위를 벗어난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법 예산편성 기준에 따라 4.2% 이내에서만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면서 “이 기준을 무시한 채 단체협약을 맺으면 계속 어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경구 제주도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이 27일 오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세미양빌딩 1층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조 총파업에 따른 사측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경구 제주도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이 27일 오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세미양빌딩 1층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조 총파업에 따른 사측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 본부장은 "삼다수 비축 물량을 감안하면, 1~2개월 정도 공급이 가능하다"며 "물류·유통 부문은 비노조원과 간부직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파업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당초 협상과정에서 인건비 4.2% 상승에 더해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5.7%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경영진이 이미 합의한 부분에 대해 3차례나 말을 바꾸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며 특히 협상 과정에서 계속 합의안을 바꾸는 모습에 대해 제주도 차원의 개입을 의심했다.

허준석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 시점을 앞두고 경영진에서 협상을 제의했으며, 처음에는 법령 위반 문구 삭제를 요구하더니, 그 다음은 명절 상여금 120% 삭제, 이어 성과금 300% 삭제 등 3차례나 사측의 요구를 들어줬다”며 “하지만 이미 성과금 300%를 포기하며 합의했던 5.7% 복리후생비 지급에 대해 사측이 또다시 지급이 어렵다고 뒤집으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개발공사 본사 입구에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본사 입구에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 현수막이 걸려 있다.

■ 30일 총파업 출정식…가공용 감귤 처리 당장 차질

노조는 오는 30일 삼다수 공장에서 총파업에 따른 출정식을 갖고, 이어 31일에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공사 사옥에서, 내년 1월2일에는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현재 공사 전체 직원 765명중 617명이 노조에 가입돼 있으며, 이중 사업장 필수요원과 수습사원 등 44명을 제외한 573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삼다수 공급은 당분간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공사는 현재 11만2000톤 가량의 비축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가공용 감귤은 당장 처리난이 예상된다.
본격적인 감귤 수확기를 맞아 1일 가공용 감귤 1500톤을 처리한다. 이중 공사가 처리 물량의 절반을 맡아왔다.


도는 당분간 민간음료기업인 롯데칠성과 일해에서 가공용 감귤을 처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1일 최대 1000톤이어서 500톤 이상의 비상품 감귤은 산지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다수공장 생산라인
삼다수공장 생산라인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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