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비리 덮으려 계열사 대표와 간부를 조폭 두목과 부두목으로 몰아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현직 경찰 간부가 조직폭력배와 함께 민간인을 감금하고 허위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입건됐다는 기사가 23일부터 쏟아져 나왔다. 현장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부분이 곳곳에서 확인되는 등 잘못이 발견됐다.
조폭이 민간인을 끌고 가 감금한 후 허위 진술서를 쓰게하고, 경찰 간부가 관여했다는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범죄 행위의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28일 오후 경남 진주시 초전동의 사건 발생 장소를 찾았다.
민간인을 차에 태워 끌고 갔다는 '동방파' 조폭 두목과 부두목(실제는 계열사 대표와 본부장), M사 대표 A씨,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함께 고소된 건물 주인이 있었다.
감금 현장으로 지목된 장소는 진주의 신도시가 들어선 초전동의 대형 주차건물의 1층 사무실이다.
신축 건물 1층에는 이 곳 외에도 오락실과 악기점 등이 들어서 있고, 주변 건물에는 커피 전문점과 식당 등이 밀집해 있다. 인근에는 대형 아파트 단지와 학교, 상가 건물들로 뻭빽해 인적이 드문 곳과는 거리가 멀다.
1층 사무실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외부에서 실내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
이 곳은 주차빌딩 건물 주인이 인근에서 사우나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고등학교 친구에게 공사 기간 동안 편하게 사용하라며 임시로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에서 언급된 경찰 간부는 사기 사건 제보를 받아 직원 2명과 함께 진주로 왔지만 절차대로 고소할 것을 안내하고 돌아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20일 오후 당시 현장에는 전직 경찰관이 있었으며, 감금 및 허위 진술을 했다는 신고자의 진술서를 작성하는데 도움을 줬을뿐 특별히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조직폭력배 두목과 부두목이 감금과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신고자가 다니던 회사의 계열사 대표와 간부다. 함께 골프를 치고, 올해초 병문안을 오는 등 예전부터 친분이 있는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당일 오전부터 계열사 대표 B씨가 회사 공금을 횡령한 사건 처리를 두고 대책 회의를 하기 위해 대표와 친분이 있는 건물 주인이 제공한 이 장소에 모여 논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와중에 M사 대표 A씨가 비리를 저지른 회사 직원이자 피해 신고자인 B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이 곳으로 데려왔고, 회의를 하던 사람들과 인사를 한 후 B씨는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전직 경찰관이 돌아간 후 오후 6시가 넘어 함께 사무실 인근 고깃집에서 소고기와 맥주, 소주 등을 먹은 후 밤 12시가 넘어 계열사 본부장이 자신의 차에 B씨를 태워 시내에 있는 호텔 스위트 룸을 잡아주고 헤어졌다.
A씨는 B씨가 범행을 시인하는 음성 파일과 식당 및 호텔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 내역, B씨가 호텔에서 혼자 서성이는 장면이 촬영된 호텔 내부 폐쇄회로(CC)TV 촬영 영상 등을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할 예정이다.
현직 경찰 간부가 감금에 가담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후 사실 관계에 오인이 있었다는 것을 파악했다.
만약 B씨가 감금과 허위 진술을 강요 받았다면 사건 당일이나 호텔에 돌아온 후 얼마든지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호텔 CCTV에 찍힌 B씨는 계열사 본부장이 카드 결제를 한 후 돌아가자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집이 있는 경기도로 돌아간 B씨는 회사 대표인 A씨에게 전화를 해 "나도 속아서 그렇게 살았다.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대표님을 위해서 살겠다"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사과 전화 이후 며칠간 연락이 닿던 B씨는 추가 비리 내용을 제보한 후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았고, 돌연 감금과 허위 진술을 강요 받았다며 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으나 B씨는 "그 사람과 연관된 것은 통화하고 싶지 않다.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재차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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