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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적 업무 지시도 '불법 파견'...불법 파견 범위 넓어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9 15:21

수정 2019.12.29 15:21

고용부, 근로자 파견 판단기준 지침 12년만에 개정
2015년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 파견 대법원 판례 반영
경영계 우려 속 고용부 "새 판례 이미 적용 현장 달라질것 없어"
[파이낸셜뉴스] 앞으로 하청업체 도급직원들이 원청업체로부터 직접 지휘 명령을 받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지휘 명령을 받았다면 불법 파견으로 간주된다.

기업의 불법파견 여부를 따질 때 적용하는 정부 지침이 개정됐다. 지난 2007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 이후 12년 만이다.

경영계에서는 사내 하도급 등을 불법 파견으로 판단할 여지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이번에 개정된 지침은 지난 2015년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산업 현장에 적용해왔던 내용인 만큼 과거와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지방고용노동관서에 30일 시달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개정된 지침에는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최종 판결한 내용이 반영됐다.

해당 대법원 판결에서는 ①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 ②사용사업주등의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③인사·노무 관련 결정 권한 행사, ④계약 목적의 확정 및 업무의 구별, 전문성·기술성, ⑤계약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업 조직·설비 등 보유 등 다섯 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같은 5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개정된 지침에 반영했다.

개정된 지침의 핵심은 간접적인 지휘와 업무의 전문성 등까지 불법 파견을 규정하는 근거가 확대된 것이다.

기존에는 원청이 직접적 지휘와 명령 도급업무의 전문성을 토대로 불법 파견 여부를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하청업체 도급 노동자가 원청업체로부터 간접적으로 지휘 업무를 받는지 등 실질적인 근로관계에 따라 불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도급은 민법에 의해, 파견은 파견법에 의해 정의한다. 도급과 파견은 가장 중요한 차이는 '누가 지휘 명령을 하는가'에 있다. 도급은 노동자가 고용 계약을 맺은 회사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는다.

파견은 고용계약을 맺은 파견사업주가 아니라 원청(사용사업주)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고 일한다. 법으로 파견이 금지된 업종에서 원청이 도급계약을 맺은 회사 근로자에게 직접 지휘·명령을 하면 불법 파견이다. 현행 파견법은 경비, 청소, 주차관리, 자동차 운전, 통·번역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주조·금형 등 제조업에는 금지되어 있다.

개정된 지침에 따라 원청이 작업배치ㆍ변경,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 내용 등 업무 수행의 구체적 사항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시를 내리면 불법 파견으로 간주된다.

원청이 도급업체 노동자를 자사 직원처럼 자신의 사업에 편입하거나, 인사 노무 관련 사항의 결정권을 행사하면 불법 파견이다.

이렇다보니 경영계 일각에서는 이번 지침 개정으로 제조업의 사내 하도급 등을 불법 파견으로 간주할 여지가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고용부는 이번 지침 개정으로 불법 파견이 늘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는 지난 2015년 대법원 판결이후 기존 지침과 별도로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급과 파견여부를 판단해온 만큼 현장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기업들이 불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