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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없이 상하수관로 보수… 진도 8.0 지진에도 끄떡없어[Only one 1등 기업만 살아남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9 18:03

수정 2019.12.29 18:03

이왕코리아
유리섬유 시트 구성 함침 튜브
한번에 최대 300m 시공 가능
원가절감보다 하자없는 시공 고수
광경화 특수 유리섬유 공장 추진도
부산 거제동에 본사를 둔 ㈜이왕코리아(대표이사 이창욱)는 상하수관로 준설공사와 CCTV 조사, 수밀시험과 함께 비굴착 부문에서 독보적 보수기술을 자랑하는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황토종합건설 등과 공동개발한 '광경화 특수 유리섬유'를 이용한 비굴착식 관로 보수보강 공법 '하이-퍼 튜브시스템'을 국토교통부로부터 건설 신기술로 지정받았다.

29일 이왕코리아에 따르면 하이퍼튜브 시스템이란 다층 구조로 이뤄진 라이너(튜브)를 기존 관로에 통과시켜 보수보강과 내진 성능을 확보하는 공법이다. 맨홀의 커팅과 확장 등 추가 작업구 설치가 없는 비굴착 시공으로 관경 변화는 15%, 기존 관로 파손은 50% 이상, 관로의 단차 부위까지 시공이 가능해 우수한 시공품질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하수관로 전문 보수보강 건설기업 '이왕코리아' 이창욱 대표
상하수관로 전문 보수보강 건설기업 '이왕코리아' 이창욱 대표
최근 5년간 전국 지반침하 발생 10건 중 6건은 노후하수관 손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노후된 하수관은 자연재해나 굴착공사 등으로 인해 결함이 발생하고 상부의 토양이 결함 부위를 통해 하수관으로 유실돼 땅속에 동공(洞空)이 생기며, 그 위로 차량통행 등으로 하중이 가해지면 지반침하가 일어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국에 설치된 하수관 15만㎞ 중 매설된 지 20년이 지난 6만㎞(전체 40%)에 하수관 결함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땅꺼짐 현상을 사전에 막기 위한 보수보강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광경화 유리섬유 튜브' 7겹의 비밀

이왕코리아는 3년여의 연구 끝에 특수한 광경화 유리섬유 시트로 구성된 함침 튜브를 적용, 광경화 공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함침 튜브는 3개의 유리섬유층과 고밀도 폴리에틸렌, 격자형태의 폴리염화비닐 등 총 7겹으로 구성됐지만 기존 폴리에스테르 펠트의 최소 3분의 2(3~10.8㎜) 더 얇으면서 굴곡 인장력과 탄성률 성능을 크게 증대시켰다. 실제 한국SGS 파괴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번 신기술은 리히터 규모 8.0에서도 거뜬히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얇아진 광경화 유리섬유 튜브는 시공 면에서도 높은 효율성을 보여준다. 장경간 시공에 유리해 타 공법이 한 번에 50m 정도를 시공했다면 이 신기술은 최대 300m까지 시공이 가능하다.

■"원가절감보다 하자 없는 공사 최우선"

황토종합건설 심규보 대표는 이런 광경화 특수 유리섬유 자재를 구하기 위해 수시로 독일을 찾았다.

심 대표는 처음 원가를 낮추기 위해 유리섬유 자재 단가가 낮은 업체 위주로 찾아다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시공 시 튜브의 두께가 일정치 않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들 업체에서 그대로 손을 뗐다. 이후 최대 10.8㎜까지 일정한 두께로 시공할 수 있는 업체의 제품을 최종적으로 선정하고 단독계약을 따내 국내로 들어왔다.

심 대표는 "독일의 자재회사 다섯 곳을 수소문해서 직접 공장까지 방문해 한국의 실정에 가장 적합한 자재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일부 업체의 샘플을 보니 두께가 일정치 않았고 그 순간 아차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사업하는 입장에서 입찰을 넣을 때 낮은 원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하자가 없는 공사를 해야 한다는 일념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후 이왕코리아는 이런 광경화 유리섬유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하수관로 실정에 맞는 △시공 두께 최소화 △강도·강성 최대화 △UV광경화 장치 개발 등을 연구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

■기업가 두 번 울리는 '유리섬유 선입견'

유리섬유라고 하면 유해성부터 떠올리는 게 사실이다. 이른바 '악마의 가루'로 불리는 유리섬유 가루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직경 3㎛ 이하의 섬유만 인체 내에 흡입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함침튜브에 쓰이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은 인조 무기질 비결정체로 평균 직경 5㎛ 이상이며 분쇄 시 횡방향으로 절단되어 직경 변화가 없어 인체 내 흡입이 불가능하다.

또 FRP는 항공기 부품, 건축자재, 풍력발전기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다. 쉽게 말해 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볍지만 녹슬지 않고 가공하기 쉽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까다로운 검사기준을 통과한 소재를 바탕으로 최첨단 유리섬유를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유리섬유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아직 미미한 정도다. 특히 하수관로 공사가 주로 관공서와 지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 시각을 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 서울, 제주시 등에서 비굴착 시공에 대한 이점을 높이 사 도급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이왕코리아 이창욱 대표는 "관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진지한 타당성 검토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이왕코리아는 현실성이 반영되지 않은 유리섬유 관련 건축 국가표준인증(KS)에 대한 산업계의 공감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국내에서 광경화 특수 유리섬유 튜브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를 갖춘 생산공장을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지금껏 하이퍼튜브시스템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발하기 위해 전력투구해왔다.
현재 여러 비굴착 공법이 나온 상태지만 광경화 유리섬유만큼 효율적이며 경제적·환경적인 공법은 없다고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