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희대 의대생들, 단톡방 성희롱.. 동기·선배 대상 모욕성 발언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30 10:13

수정 2019.12.30 10:13

가해자 "진심으로 반성"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희대 의과대학 1학년 남학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동아리 동료 여학생 등을 주제로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증거인멸까지 시도해 단과대 차원에서 진상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대 의대 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는 단체대화방에 가입된 남학생 1명의 '양심 제보'로 지난 9월부터 해당 사건을 조사한 뒤 최근 사건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대화방에는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남학생 8명이 속해 있었으며, 이 중 3명이 동기나 선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모욕적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학생 A씨·B씨·C씨는 동기나 선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이나 모욕적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특정인을 가리켜 '빈약해서 자기 취향이 아니다' '핥고 싶다' '잘 대준다' 등의 말을 하거나, 특정인과 성관계를 나눈 적이 없는데도 마치 관계를 한 것처럼 평가하는 말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응위는 "가해자들은 동아리 내 동기 여학우들에 대한 성희롱과 모욕적 발언을 일삼았고, 동기 여학우와 선배 및 같은 수업 내 유학생 등 점차 대상을 확대해 나갔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이 대화방에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문제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며 "일상적인 자리에서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적인 발언이 이뤄진 적이 있다는 데 대해 사건관계자들의 진술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은 자신들이 나누는 대화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성희롱이나 모욕 발언을 지속하고, 주기적으로 증거인멸까지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 나머지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문제의 내용을 다같이 삭제하자고 회유하는 한편, 신고자 D씨에게는 동아리 담당 지도교수에게 찾아가 사건 신고를 무마시키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응위는 "이런 동아리 내 상황에 거부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낀 학생이 지난 9월 20일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며 "하지만 신고자는 사안이 적절히 처리되지 못했을 경우 가해자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대응위 측은 지난달 29일 가해 학생 3명에 대해 공개 사과문 작성, 동아리 회원 자격정지, 학사운영위원회 및 교학간담회에 해당 안건 상정 등을 포함해 징계를 의결했다.

또 가해 학생들과 같은 학번으로 해당 동아리에 소속된 남학생 전체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A씨는 공개 사과문을 내고 "조사 당시 대부분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부인했지만 단톡방을 다시 읽어보니 저희가 저지른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며 "저희의 잘못된 언행으로 모욕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B씨 역시 "피해자분들이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체임을 망각한 채 험담을 했다"며 "사과가 늦어져 피해자에게 또다시 마음의 상처를 준 점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썼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동아리 회원 자격정지' 수준의 징계가 미진하다고 지적하며 페이스북 '경희대학교 의학과·의예과 대나무숲' 페이지에 사건보고서를 올리고 공론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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