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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새해 자본시장에 거는 기대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30 17:49

수정 2019.12.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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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새해 자본시장에 거는 기대
"내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에, 그나마 돈줄이었던 사모펀드 시장도 '라임 사태'로 녹록지 않고,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증시 분위기는 좋다고 하니 희망은 가져보려고 한다."

최근 만난 증권업계 고위관계자와 나눈 새해 덕담이다. 올해 증권가는 일부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눈앞에 둔 것을 비롯해 국내외 대체투자의 '르네상스'라고 일컬어질 만큼 여러 투자부문에서 선전했다. 여기에 부동산투자 붐과 더불어 히트를 기록한 리츠투자 활성화, 증권거래세 인하 등은 올해 가장 큰 업적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그림자도 크다.
실제 올해 금융사 최대 사고로 꼽힌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ELF)의 원금손실 사태에서 주요 판매사인 은행권과 더불어 증권사들도 투자자들에게 그간 쌓은 신뢰를 많이 손상시켰다. 특히 자본시장 최대 스캔들로까지 거론되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사모운용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업계 라이징 스타였던 라임자산운용은 전환사채(CB) 편법거래,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등으로 금감원의 검사는 물론 투자한 미국기업이 폰지 사기에 연루되면서 1조원 넘는 고객자금도 언제 돌려받게 될지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라임 사태로 그간 특화 운용능력을 앞세워 자본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독립계 사모운용사들에도 투자자의 외면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대형사들도 올해 큰 재미를 봤던 대체투자 부문에서 잇달아 곤욕을 겪었다. KB증권이 판매한 호주 부동산펀드는 현지 투자자의 대출약정 위반으로 자금회수에 문제가 생겼고, 급기야 기관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 파생결합증권 만기연장 사태로 NH투자증권이 이 상품을 만든 대체상품솔루션부를 폐지하기도 했다.

내년엔 증권사들의 수익 효자로 자리잡은 부동산 PF규제가 당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증권사들의 가장 큰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PF에 대해 이달 초 금융위는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건전성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1년 7월부터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당장 내년 7월부터 PF보증 한도가 차차 줄어든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반영하는 신용위험액 산정 시 적용하는 위험비율도 12%에서 18%로 높인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액이 2015년말 16조4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말 26조2000억원으로 59% 증가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규제 도입 배경으로 금융위는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과 채무보증 관련 익스포저가 급격히 증가한 점을 지목했다. 그간 증권사들이 수익 추구를 위해 쉼없이 달려온 점을 고려할 때 최근 발표되는 규제안들이 반갑지만은 않겠지만 이제라도 리스크 관리방안과 투자자의 신뢰 회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8년 리먼발 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자본시장은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고위험·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 투자성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최근 신수익으로 자리잡고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뛰어든 대체투자 부문에서도 사전실사를 제대로 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
그동안 고진감래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 공든 탑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 할 것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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