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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31 16:06

수정 2019.12.31 16:06

[여의나루]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연말연시에는 극장가에 볼만한 영화가 많다. 제때 보지 못해 아쉬웠던 영화는 TV에서 다시 틀어준다. 그러나 요즘은 영화보다 정치가 더 재미있다. 매일 생중계되는 국회상황을 지켜보면 학교폭력을 다룬 영화가 생각난다. 왕따와 욕설, 폭력이 학교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의도 스튜디오에서 영화보다 더 생생하게 방영되고 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법률도, 판결도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한다. 이것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수는 소수를 배려하고, 소수는 다수를 신뢰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800개가 넘는 많은 법률이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꼭 만들고, 국회의원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법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다. 싸우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이해해야한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요즘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말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우리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여 공격한다. 편가르기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개혁의 시대라고 외치지만 막상 내면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혼돈의 시대이다. 원칙도 없고, 융통성도 없다. 자기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만 난무한다.

변협회장으로서 지난 한 해 가장 많이 한 일이 국회 방문이다. 법률안에 대한 설명을 위해 정말 많은 국회의원들을 만났다. "이래서 존경받는구나, 정치인이란 이래야지"라고 감탄하게 되는 의원들이 많다. 공통된 특징은 겸손하고 합리적이며 경청할 줄 안다.

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런 사람이 금배지를 달고 목에 힘주고 다니나"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만과 독선, 무지와 무능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정부 부처들이 1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합의한 법안을 한순간에 휴지로 만들어 버린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니 다시 만들라고 결정한 법률을 더 위헌적으로 개악한다. 법안심의과정에서 사실 확인조차 없이 거짓말과 강압으로 밀어붙인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이익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국회가 아닌가 싶다. 정작 국회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의원은 제일 먼저 국회를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국민을 우선하지 못하는 국회가 안타깝다. 국민은 말이 없을 뿐이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매번 그렇듯이 선거로써 심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경자년 새해는 새로운 국회를 구성하게 된다. 제대로 된 국회를 구성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다. 개인적인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정파가 아니라 정치를 우선하는 의원들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원들로 이루어진 국회라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 통용되리라 믿는다.

법률전문가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20대 국회에서 만들어진 입법을 엄격하게 평가해서 국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법이란 쉽게 만들어지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회에서 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행정과 사법이 법치주의에 따라 작동하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법을 만드는 21대 국회를 기대해본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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