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갈등만 부추기는 실검운동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2 16:55

수정 2020.01.06 16:49

[기자수첩] 갈등만 부추기는 실검운동
'권덕진 아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해 12월 27일, 한 포털사이트에 등장한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이름이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지 몇 분 만에 1위를 찍더니, 하루 종일 상위권을 유지했다.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다. 이날 영장이 기각되자 반발한 네티즌들은 '실검 운동'을 벌여 부장판사를 비난했다.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는 "본인(권 부장판사)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른 건지 확인하게 해줘야 한다"며 검색어 전쟁을 종용했다.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 지지자들에게도 비난을 받았다.
기각 사유를 설명하며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라고 쓰인 기각사유 원문을 공개했지만 실검은 쉽사리 내려오기 않았다. 실검 전쟁은 그동안 큰 사안이 있을 때마다 꾸준히 문제가 돼 왔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뿐 아니라 인위적 검색어 운동으로 조작의 위험성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논란이 시작된 지난해 8월에는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 등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오더니 시위로 양 진영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10월께에는 '조국수호검찰개혁' '조국구속' 등이 키워드로 매주 올랐다.

이같이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문제들을 결정해야 하는 판사들의 입장은 난처하기만 하다. 특히 이번 사건을 통해 영장전담 부장판사 자리는 기존 선망의 대상에서 기피 대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법원 내에서는 팽배하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가 실검 등장, 신상털기 등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경우들이 꽤나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판사는 타오르는 비난여론을 감수하고서라도 정권 눈치보기가 아닌, 소신대로 판결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여러 의견이 존중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실검 운동이 판결에 영향을 안 준다고 단언할 순 없다. 판사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에 입각한 판단을 진영논리가 흐리게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검 운동, 이제 자제돼야 하지 않을까.

onsunn@fnnews.com 오은선 사회부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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