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 20개 중 14개 품목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특히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책임지는 반도체 수출이 25.9%나 줄어든 점이 뼈아팠다. 이 밖에도 컴퓨터(-20.6%), 무선기기(-17.6%), 디스플레이(-17.0%), 석유화학(-14.8%), 석유제품(-12.3%) 등도 두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물량이 16.0% 감소하면서 최악의 수출부진을 부채질했다.
월별 감소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5.2% 감소하면서 낙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진에 허덕이던 대(對)중국 수출이 3.3% 증가하면서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신남방 지역 수출비중이 처음으로 20% 선을 넘어선 것도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그런 점에서 새해 첫날 정부가 무역금융 및 해외마케팅 예산 60% 이상을 올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는 등 수출 플러스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것은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정부는 올 1·4분기 중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은 여전히 신중하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위기돌파를 위한 해법은 지금이 위기상황임을 스스로 인정할 때 비로소 나온다. 낙관적 전망만으론 위기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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