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톡]

日서 꿈틀대는'새 정치'

"총리, 언제 그만두실 건가요. 국회도 국민도 모두 속았습니다."

지난 2017년 일본 국회. 모리토모학원 스캔들로 코너에 몰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정면에 놓고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핵 사이다' 발언이 나왔다. '아베 저격수'로 나선 이 발언의 주인공은 야마모토 다로 당시 참의원. '배우 출신 정치인' '일본의 노무현' '바보 타로.'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최근 그를 둘러싼 일본 사회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 일단 지금까지의 행보는 '튄다.' 2015년엔 연립여당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안보법안을 통과시키자 "자민당은 죽었다"며 검은 정장의 상복 차림에 염주를 손에 들고 분향하는 자세를 취한 바 있다. 참의원으로 당선된 해(2013년)엔 일본 사회가 그토록 신성시하는 일왕에게 직접 후쿠시마 원전 피해의 실상을 알리는 편지를 전달하는 바람에 거센 뭇매를 맞기도 했다.

중앙정치에서 그가 다시 살아나다시피 한 건 지난해 4월이다. 레이와(令和)시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조직이란 뜻의 '레이와 신센구미'라는 당을 만들어 당수가 되더니, 루게릭병 환자와 뇌성마미 장애인을 비례대표 1번과 2번으로 올려 당선시키고, 3번으로 배정한 자신은 낙선했다. 이 '전략적 낙선'은 대의를 위한 희생의 이미지를 만들며 되레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책노선은 좌파 포퓰리즘에 가깝다. 소비세 폐지,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대폭 증원, 등록금 탕감정책 등이 대표 공약이며 부족한 재원은 돈을 찍어서 충당하면 된다는 경제학계의 '이단', 현대통화이론(MMT)을 추종한다. 그러나 천황제 질서를 옹호하고 이주노동자에 반감을 드러낸다든지 하는 부분은 전통 좌파와는 차이가 있다. 그 스스로도 "내게 좌익, 우익은 무의미하다. 왜 사람을 분류하나. 어느 쪽도 아닌 프리스타일이다"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일본판 새 정치'다.

기존 일본의 여야 정치인들이 "당신의 인생이 어렵다면 당신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식이라면, 야마모토 다로는 "당신의 인생이 어려운 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식이다. 일본의 일부 2030세대가 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 이후 일명 '정치 무관심 세대'로 특징되는 시라케세대(1950~1964년생)들까지 조금씩 가세하는 모습이다.

주로 SNS를 통한 장외정치가 주효했다. 지난해엔 크라우드펀딩으로 3개월 만에 무려 4억엔이나 모았다. 그의 트위터 계정 팔로어는 37만여명.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대표인 에다노 유키오(13만6000명),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5만8600명)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왜 야마모토 다로인가. 우시쿠보 메구미라는 한 평론가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야마모토 다로 현상'에 대해 "세상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의 '대변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낡은 일본 정치에 대한 거센 반격과 거기서 오는 쾌감, 그것이 젊은 일본인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라는 것. 다만 아직은 탄탄한 조직도 없고, 공약은 다소 비현실적이다. '정치 세(勢)'를 형성했다기보다는 아직은 '그냥 인기'다.

그런 그를 최근 자민당이 요주의 인물로 경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인기가 바람을 타게 되면 세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2020년엔 도쿄도지사 선거가 있다. 야당이 합심해 그를 단일후보로 추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만, 가능성은 정치의 원동력이다.
그 스스로도 중의원 선거와 도지사 선거, 양쪽 모두 열어놓고 있다. 야마모토 다로는 지금 출발선에 서 있다. 그간의 실패한, 미완의 '한국의 새 정치'들을 보면서, 남의 나라에서 피어나는 이 새 정치의 기운이 어디로 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