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분양가 상한제와 서울 100층 아파트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6 17:06

수정 2020.01.06 19:43

[기자수첩] 분양가 상한제와 서울 100층 아파트
서울 잠실 롯데타워 42~72층에는 주거시설인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있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자산가들이 주로 산다. 저렴한(?) 것은 50억원 내외부터 가장 비싼 곳은 200억원도 넘는다. 한강 조망권, 호텔 수영장은 물론 107층에는 프라이빗 스시 바도 있다.

과거 이명박정부 당시 우리나라에 '공기업 민영화' 바람이 불었다. 대표적인 영역이 의료와 수도였다.
기자시험 논제로 받아, 공적 영역의 민영화에 반대한다고 썼다.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지불능력(의사)에 따른 상품과 서비스 차별은 당연하다. 강남 최고급 아파트, 비행기 1등석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의료, 물과 같은 '필수제'는 예외다. 얼마간 비효율을 감수하더라도 안정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렇다면 주거의 문제는 어떨까. 집은 의료서비스와 물처럼 생존을 위한 필수제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민영화됐지만 그만큼 규제도 크다. 국토부는 초기부터 집값을 잡겠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하지만 '집값을 잡겠다'는 추상적인 구호만 반복될 뿐 그것이 '집값을 내리겠다'는 것인지, '경제성장률 정도로 안정적으로 올리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잡겠다'에는 '언제까지'와 '얼마큼' 그리고 '어떻게 하겠다'가 빠졌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격 대책만 18번 나왔다.

"규제 때문에 집값이 더 올랐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 등 외부 변인에 대한 설명이 빠졌기 때문이다. 규제를 하지 않았다면 집값은 지금보다 더 올랐을 수도 있다.

분양가상한제도, 서울 아파트 층고 규제도 취지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 할 규제라면 조금 더 정교하게 잘 해보자.

층고 규제에 막혀 한강변 서울 아파트는 35층에 묶여 있다. 다수의 관계자들이 "서울에 100층 아파트를 짓도록 허용해 주고 세금을 크게 걷은 뒤 이를 공적 주거 영역에 쓰자"고 말한다.
거친 주장이지만 사회적 공론화와 토론을 통해 더 나은 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서울시 부동산공유기금이 첫발이 되길 바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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