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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무역협정 서두르자" EU "연내 힘들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6 19:02

수정 2020.01.06 19:02

英-EU 무역협정 신경전
존슨 총리, 속전속결 전략
EU, 최대한 시간 끌기 나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로이터 뉴스1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로이터 뉴스1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로이터 뉴스1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로이터 뉴스1
영국과 유럽연합(EU)간에 이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무역협정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시간을 두고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해보자는 EU측과 '전환기' 마감시한인 올해 말까지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신속하게 무역협상을 시작해 협정까지 마무리짓자는 영국 간에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연내 무역협정 타결을 촉구할 전망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말 마감시한 재연장 없는 브렉시트와 전환기 연장 없는 무역협정을 공약으로 내걸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터라 자신의 공약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지만 EU는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영국을 막다른 벼랑까지 몰고가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연내 무역협정 타결은 무리라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그는 프랑스 르에코와 인터뷰에서 무역협상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존슨이 정한 2020년 12월 마감시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8일 런던에서 존슨을 만날 예정인 라이엔은 올 중반께는 양측이 무역협상에 시간이 더 필요하며 따라서 전환기 역시 "연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존슨은 그러나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올 12월 31일로 끝나는 전환기 연장은 없다는 점을 고수하고 있고, 양측이 집중협상에 나선다면 연내 합의에 도달하고 의회비준까지 마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슨 총리의 한 측근은 총리가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협상을 매듭짓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전환기 연장이 필요한지에 관한 무의미한 논쟁으로 빨려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은 그동안 전환기가 2021년까지 이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고, 만약 연내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영국과 EU는 관세·쿼터·생산지 추적과 같은 각종 규제정책 이행을 위한 통관절차 등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른 무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는 특히 오는 31일 영국이 EU에서 공식 탈퇴한 뒤에는 더 이상 '브렉시트'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U와 무역협상은 브렉시트 연장 선상이 아닌 그저 영국과 EU간 무역협상에 다름 아니라는 시각이 자리잡기를 원하고 있다. 2020년대 영국이 맺게 될 잇단 무역협정의 일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슨의 이같은 속전속결식 접근이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EU와 협상을 담당했던 아이번 로저스 EU주재 영국 대표는 EU의 협상 전략은 시간을 있는대로 끌어다 쓰면서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시간에 쫓긴 영국 총리가 결국은 EU에 극도로 유리하게 짜여진 조건들을 수용하거나 무역협정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를 양자택일해야만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FT는 영국 정부의 일반적 분위기는 연내 협상 타결 낙관이지만 일부에서는 이같은 경고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낙관이 지배적인 가운데 자동차, 항공, 제약 업계 등 유럽과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련업계의 하소연도 통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무역협정 없이 탈퇴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며 강하게 정부에 로비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이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사석에서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장관들은 사석에서 이들 산업은 만성적인 둔화를 겪는 산업들이라면서 이들이 브렉시트를 핑계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영국 자동차 산업은 브렉시트와 관계없이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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