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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로봇 집약체 '테미' 단순해도 용도는 무궁무진"[인터뷰]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7 18:35

수정 2020.01.08 18:53

요시 울프 로보테미 회장
리모콘 못다뤄도 쓸 수있는 로봇
태블릿 PC에 바퀴 단 형태지만
음성 인식은 물론 장애물도 피해
고가 부품 대신 알고리즘에 집중
개발비 줄이고 가격 경쟁력 확보
휴림로봇 통해 한국 진출
"로봇이 팔다리가 다 달린 사람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봐야 기능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소비자는 더 실망하거든요. 테미(Temi)는 복잡한 구동부위가 없어요. 고장 위험이 별로 없고 가격도 낮아 공급하기 편합니다." 요시 울프(Yossi Wolf) 로보테미(Robotemi) 회장은 7일 기자와 만나 소비자용 로봇 제작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다. 가격은 낮추고 인공지능(AI)의 강점을 부각하면 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 시장까지 더 키울수 있다는 얘기다.
요시 울프 로보테미 회장이 파이낸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요시 울프 회장은 "한국은 기술을 이해하고 혁신에 열려있어 잠재성이 크다"라고 평가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서동일 기자
요시 울프 로보테미 회장이 파이낸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요시 울프 회장은 "한국은 기술을 이해하고 혁신에 열려있어 잠재성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자율주행, AI 기반으로 한 제품추천, 화상통화까지

그가 개인용 로봇을 만들계 된 계기는 할머니 때문이었다. 처음엔 전자기기를 잘 못 다루시는 할머니를 돕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평상시 도우미할 분을 알아봐드리겠다고 하니 극렬히 반대하셨다"면서 "그럼 로봇을 들이는건 어떠냐고 물었더니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그가 이날 기자에게 선보인 로봇 '테미'는 단순함 그 자체였다. 이 역시 복잡한 리모콘을 못 다루는 할머니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걷보기엔 태블릿PC에 이동식 바퀴를 단 형태다. 그닥 첨단 기술도, 신기한 기능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원을 넣은지 5분만에 테미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 테미는 음성을 인식하고, 내장된 라이다를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며 사람을 따라 다닌다. 모바일 기기와 연결성도 좋다. 예컨대 사용자가 지구 반대편에 출장 가 있으면 집에 들여놓은 테미를 이용하 자녀를 깨우고 화상통화 할 수 있다. 신발이나 의류 매장에 배치하면 제품 가격을 알려주거나 손님이 선호하는 제품을 추천하는 도우미 역할도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보다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강점이 더 커 보인다. 무선인터넷만 안정적이면 웹을 이용해 기능을 확장할 수도 있다.

요시 울프 회장은 "로봇을 사람같은 모습으로 만들면 소비자들은 정말 사람처럼 행동하길 기대하는데 현재까지 인간과 닮은 로봇은 문도 스스로 열지 못한다"면서 "이런 로봇들은 모습 자체로 소비자에게 기대감을 지나치게 심어주지만 테미는 기능을 집약해 기대보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는 제품이다"고 강조했다. 제품을 단출하게 만드는 '미니멀리즘'을 녹여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제대 후 모은돈 10만달러로 창업

요시 울프 회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사실 군용 로봇 전문가였다. 이스라엘 특수부대에서 6년간 근무하면서 군사용 로봇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제대 후 취업해 모은 돈으로 창업 비용 10만달러를 마련해 '로보팀(Roboteam)'이라는 군용로봇업체를 공동창업했다. 군용 지상로봇과 무인자동차, 폭발물 제거로봇, 군용 드론을 이스라엘 군에 보급했다. 국방회사로 출발하면서 이스라엘 정부의 눈에도 들어 투자를 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선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3000만달러를 투자 받고, 미 국방부의 러브콜을 받았다. 소형전술지상로봇(MGTR) 250대를 미 국방부에 팔았다. 펑헤투자그룹, 벤처케피탈 투자자 존 우 등으로부터 5000만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16개 부품 자체개발, 생산은 중국서

그는 테미의 가장 큰 강점이 가격이라고 강조한다. 유사한 기능을 갖춘 안내 로봇 대다수는 최저가격이 5000~1만달러를 넘어간다. 테미의 경우 중간유통과정을 거쳐도 대당 가격은 5000달러 미만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군용 로봇업체를 운영해온 경험 때문이다. 현재도 지분을 가진 로보팀에서 축적한 기술로 개발비용을 확 낮췄다.

그는 "전에도 로봇사업을 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노하우를 잘 알고 있다"면서 "고가의 부품을 모두 사들이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반제품을 사서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부품 조달에 드는 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테미의 자율주행에 쓰이는 핵심 부품의 원가는 약 40달러다. 자동차 등에 쓰이는 라이다는 대당 비용이 1000만원을 넘는다. 테미는 필요한 기능만 넣어 개발한 제품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카메라, 칩셋 등도 기능에 맞는 제품만을 골라 원가를 줄였다. 그 대신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를 써서 호환성은 높이고, 알고리즘 개발에 공을 들였다. 운영체제의 호환성이 높으니 인터넷 인프라만 있으면 기능을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

로보테미는 본사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다. 하지만 제조는 중국 선전에서 한다. 제조 비용을 낮추려는 목적이 가장 크지만 중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그는 "중국은 시장이 커서 잠재력이 무궁무진 하지만 로봇시장 자체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면서 "싱가포르, 태국, 한국, 일본 등도 관심이 좋고 미국 유럽도 공격적으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저가 유사제품이 가장 빨리 나오는 나라다. 로봇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사제품이 나올 경우 대비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업종이든, 어느 나라는 뜨는 기술을 쉽게 베껴 유사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유사제품은 언제든 나올 수 있지만 후발업체가 따라가지 못하도록 속도감 있게 기술을 개발해야 유사 제품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휴림로봇 통해 한국진출

로보테미는 지난해 하반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선 로봇업체 휴림로봇을 파트너로 잡았다. 휴림로봇은 SK텔레콤과 협력해 AI 비스 '누구'를 테미에 탑재했다. 사용자가 원하면 '구글 어시스턴트' 등의 AI비서도 활용할 수 있다.

테미는 지난해 연말 국내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만 100대가 넘게 팔려 나갔다. 휴림로봇에 따르면 주로 30대 이상 여성층이 많았다고 한다. 현재는 국내 최초 마블 전문 매장인 강남 교보 핫트랙스 '마블X미니소 IP 블랙골드 스토어' 1호점에도 테미가 배치돼 있다. 테미는 고객 기호에 맞는 마블 캐릭터 상품을 추천해준다.


로보테미는 올해 휴림로봇을 통해 국내 기업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회사에 방문한 게스트에게 회의실을 안내하거나 팀 회상회의를 돕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시 울프 회장은 "한국은 기술을 이해하고 혁신에 열려있기 때문에 잠재성이 크고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면서 "주변 전문가들을 통해 한국의 로봇업체인 휴림로봇을 알게 돼 협상했고, SK텔레콤의 AI기술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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