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일상을 여행처럼, 안전을 일상처럼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8 17:39

수정 2020.01.08 17:39

[특별기고]일상을 여행처럼, 안전을 일상처럼
작년 이맘때쯤 강원도 강릉에 있는 한 펜션에서 고등학생 10명이 난방용 가스보일러에서 유출된 일산화탄소에 질식해 3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일상에서 수많은 사건사고 소식을 접하지만 뇌리에 사뭇 깊게 사무쳐 있는 사고다. 특히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그 안타까움이 좀처럼 남의 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지긋지긋했던 수능을 마치고 얼마나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을까. 성년의 초입에서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떠나 인생도 설계하고 우정도 다지지 않았을까. 당시를 되새겨보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즐거운 여행길에도 이렇게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은 아무 예고 없이 생긴다. 휴대용 가스난로나 석유난로 등 동절기 캠핑장에서 사용하는 난방기구로 인해 자칫하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도립공원 캠핑장에서 텐트 안에서 숯불을 사용한 여행객 2명이 질식사망한 사례도 있다. 별로 위험할 게 없어 보이는 둘레길 여행도 그렇다. 둘레길을 혼자 걸을 때는 자기 위치와 안전 여부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변을 지날 때는 길가에 붙어서 걸어가고, 혹시라도 코스를 벗어난 가파른 계곡이나 절벽 등으로의 모험을 피할 것 등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혼자 해안이나 낭떠러지 옆길을 걸으면 아차사고 위험이 있다.

특히 걷기여행, 캠핑, 펜션 그리고 민박 등은 국민들에게 대단히 보편화된 여행 패턴이며, 국민 국내여행 활성화가 주요 정책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은 지극히 중요하다. 하지만 걷기여행길의 노후화와 안전시설이 여전히 미흡하고, 안전이 경시되기 쉬운 불법 야영장이나 숙박시설이 성행하므로 이에 대해 공사에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바른 정보 제공은 가장 기본이다. 전국의 걷기여행길 900개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개보수 현황을 파악하고 코스변동 정보를 수시 업데이트하는 것은 부상과 조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함이다. 또한 온라인 포털 내 불법 야영장 검색을 차단하고 정보를 삭제해나가며 국민들이 보다 안전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전국 4600여개소의 인·허가 민박 정보가 망라된 세이프스테이 누리집(safestay.visitkorea.or.kr) 운영을 통해 등록된 민박업소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화재나 일산화탄소 사고처럼 즉각적인 현장조치나 사전예방이 절대적인 위험들을 방지하고자 일산화탄소 경보기, 투척용 소화기 등 안전물품을 전국 1100개 여행 관련 업소들에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 지향을 국정의 핵심전략으로 세우고 있다. 이윤과 성장에 몰두하면서 안전을 한낱 장식품 정도로 여겼던 과거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안전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도 국민들은 원전사고, 자연재난, 산업재해 등 부문별로 5점 만점에 3점이 채 안될 만큼 체감을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만큼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특히 관광부문에선 국민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대한민국 구석구석 어디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안전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올해엔 모든 이들이 '여행을 일상처럼, 안전을 일상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원년이 되도록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강옥희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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