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키사스라는 말이 새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잃은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공격을 감행하면서다. 여기서 말하는 키사스(Qisas)는 발음만 같을 뿐 의미가 전혀 다르다. 이슬람 사회에는 당한 만큼 똑같이 돌려주는 형벌원칙이 있다. 이게 바로 키사스다. 이 율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 바빌로니아왕국의 함무라비법전에서 출발한다. 이란 외에도 이라크, 파키스탄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도 여전히 이 등가보복법을 처벌방식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영국이 이란 유조선을 억류했을 때도 이란은 이 방식으로 보복을 감행했다. "영국의 행동을 묵과하지 않겠다"던 이란은 실제로 15일 만에 호르무즈해협에서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더 이상의 행동은 자제하면서 이른바 '비례대응 원칙'을 지켰다.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을 만큼만 대응하면서 확전을 피했다.
이란은 이번에도 키사스 원칙에 따른 피의 보복을 천명했지만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 지난 8일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폭격으로 다치거나 사망한 미군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군사대응을 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사실 키사스 원칙은 강력한 복수를 허용하는 듯하지만 '당한 것 이상으로 보복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양국이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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