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
폼페이오 장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주목
북미 비핵화 협상 돌파구 마련 방안도 논의
같은 날 방위비 협상 앞두고 트럼프 인상 압박
강 장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해 3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후 9개월 만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을 위한 상황 평가와 향후 대응 방안, 한미 관계의 포괄적·호혜적 발전방안을 협의하고 최근 중동지역 정세를 포함한 지역, 국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는 한편 지역·글로벌 차원의 공조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파병, 최대 이슈로 부상
당초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해법 모색이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최근 중동 정세가 악화되며 폼페이오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언급할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는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파병을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미·일 3국 고위급 협의차 백악관을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일본과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나 "파병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중동 상황에 대한 상세한 브리핑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언급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이란 위협에 대처하고 안전한 항행 확보를 위해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를 요청했다. 이후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일본과 같이 독자적으로 보내는 것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청해부대 활동 안에 '국민 안전 보호' 내용이 들어가 있다.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에 참여하는 대신 중동지역에서 일본에 관련된 선박 안전 확보에 필요한 정보 수집 강화를 목적으로 자위대를 파견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미국과 이란 갈등이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분쟁 가능성이 있는 만큼 폼페이오 장관 역시 미국 주도의 연합체에 참여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동맹 속에서 파병을 철회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짚었다.
강 장관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해법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모두 북한이 다시 대화에 나설 경우 북한이 요구하는 모든 의제를 올려 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북한이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 축하메시지를 정의용 실장에게 건네달라고 하면서 북미간 대화 재개 기대감이 일었지만 잠시 뿐이었다. 북한은 중재 역할과 남북 협력을 도모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물론 제재 완화를 위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정면 돌파를 거듭 확인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탁(탁자)에서 1년 반이 넘게 속히우고(속아) 시간을 잃었다"며 "평화적 인민이 겪는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일부 유엔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시설을 통채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월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고문은 "새해벽두부터 남조선당국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생일 축하 인사를 대긴급 전달한다고 하면서 설레발을 치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북미)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등 스포츠 교류 협력,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추진, 6·15 김정은 위원장 답방 여건 마련 등 남북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난항이 불가피하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전원회의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대남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나 미련 없이 정면 돌파전으로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의 북한 전원회의 결과 오독에 대한 반응으로 이제는 바로 듣고 바로 읽고, 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에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같은 시각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를 진행하는 만큼 구체적인 의견 교환보다는 '동맹 기여'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잉그러햄 앵글'에 출연해 중동 지역 파병 문제를 거론하던 중 한국을 지목하며 또 다시 '5억 달러' 발언을 꺼냈다는 점에서 미국은 대폭 인상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을 돕는다. 하지만 부유한 나라들은 우리에게 이에 대한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며 "한국은 우리에게 5억달러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당신들을 북한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우리 병사 3만2000명을 한국에 두고 있다. 당신들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2만8500명이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물론 한국 대표단은 기존 협정 틀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며 무기 구입과 같은 동맹 기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동맹 기여'를 토대로 방위비 협상의 기존 틀을 넘겠다는 의도인 만큼 호르무즈 파병도 연계돼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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