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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오늘도 노량진으로 갑니다[新인류의 新생활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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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시족&공딩족
하고 싶은 일 대신, 오래 할 수 있는 일 찾아
그들은 오늘도 노량진으로 갑니다
대학생·직장인 44.4%
"공무원 시험 준비합니다"
왜 공무원이냐 물었더니
"정년이 보장되잖아요"
고교생들도 "고시볼래요"
'공딩족'까지 생겨나

그들은 오늘도 노량진으로 갑니다[新인류의 新생활 백과사전]
그들은 오늘도 노량진으로 갑니다[新인류의 新생활 백과사전]
계속되는 취업난에 서울 노량진 학원가는 오늘도 북적인다. 대학생·취준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정년보장'이 목표가 되며 공시족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노량진역 일대 건물은 공무원 시험 관련 학원 간판(위 사진)들이 걸려있고 그 안에는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 가득하다. 사진=최재성 기자
2020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으로 가득찬 경기를 전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비단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만이 아니다. 얼어붙은 경기 속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고민을 거듭한다. 그들은 직장 내 스트레스와 언제든 일을 그만둬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한번의 시험만 통과하면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희망, 공무원시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도 늘어나는 '공시족'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들, 일명 '공시족'이 늘고 있다.

14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22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4.4%가 공시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같은 조사에서 공시족 비율이 38.8%였던 것에 비해 5.6%포인트 늘었다.

공시족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응답자의 47.5%가 2020년 시행되는 공무원시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 중에서도 30.3%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답했고, 취업준비생의 경우 절반이 넘는 58.7%가 시험 전선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2016년에 비해 17.2%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이들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정년 보장'이었다.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전체의 75.1%를 차지했고 '복지·근무환경이 좋아보여서'라는 답변이 39.4%로 뒤를 이었다.

"공시촌은 '또 다른 전쟁터'"

신년 초부터 공무원시험 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노량진 일대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2년째 경찰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장모씨(30)는 "이맘때가 1년 중 노량진 학원가 일대가 가장 북적이는 시기"라고 전했다.

장씨는 "해가 거듭될수록 취업난이다, 경기가 안좋다는 이야기가 들리니까 공무원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여기는 여기만의 어려움이 많고 여기만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준비 첫해에 합격을 못해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사실 2년차 정도면 여기서 오래 준비한 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의를 듣다 보면 끼니를 제때 먹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후 2시가 돼서야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은 김모씨(27)는 "주변에서 사법시험, 행정고시도 아닌데 뭐 그렇게까지 어렵게 준비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이곳에 오게 되면 유명한 강의, 좋은 자리를 찾아다니고 모의고사 성적 1점, 1점에 연연하게 된다"고 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딩족'의 발길도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한해에 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우리 학원을 찾는데, 정확한 수치를 말하긴 어렵지만 20% 정도가 고등학생이거나 갓 스무살이 된 고졸자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작년 들어서부터는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미래 향해 일찍 나선 '공딩족'

9급 일반행정직을 준비하는 윤영제군(19)도 '공딩족'이다. 올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한 윤군은 "대학에 지원하긴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바로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며 "평소에도 대학에 못가게 되면 재수보다는 공무원시험을 봐서 빨리 취직하는 편이 낫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뉴스 등에서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 영향을 받기도 했다"며 "지금 먼저 시작하면 나중에 돌아오는 사람들보다도 앞서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찌감치 시험준비를 시작했다고 해서 공딩족들의 마음이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고등학생들이 비교적 강점을 보이던 수학과 사회, 과학 등의 고교 과목이 2022년 시험부터 제외되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시험 학원 관계자는 "2022년부터 고등학생들이 유리한 과목이 없어지고 행정법 등의 과목이 추가되면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