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허가제 시행하는 유일한 곳은 베네수엘라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보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발언한 다음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입에서 '주택매매 거래허가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나오자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일각에선 수요억제책을 중심으로 한 초강도 대책을 18차례 내놨던 정부가 '백약이 무효'라고 판단할 경우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전문가들은 대부분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엄포성' 발언으로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대신 주택거래허가제에 준하는 추가규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거래허가제' 발언은 엄포용?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강조하며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이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말 그대로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참여정부가 2003년 10·29 대책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고 그 일환으로 이 제도 도입을 검토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밀려 도입을 보류하고 차선으로 주택거래신고제를 시행했다.
그 이후 2005년 8·31 대책 등 주요 부동산 대책을 낼 때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이 면밀히 검토됐으나 결국 제도화되지는 못했다. 사유재산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제어하고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리스크가 큰 만큼 주택거래허가제가 실제로 도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강 수석이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식의 표현을 쓴 것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주택거래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주택공급이 줄어들고 있는데 주택거래허가제까지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면서 "위헌소지도 있어 실제 도입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주택거래허가제에 준하는 추가규제 나올 듯
다만 주택거래허가제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규제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주택거래신고제를 강화하거나 자금출처계획서를 전수조사하는 내용 등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내달부터 한국감정원과 함께 조직을 구성해 직접 부동산 가격 신고와 주택구입 자금조달계획서 등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 증여세 탈세나 다운계약 등 편법 거래를 잡아낼 방침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신용정보와 소득, 자산 등을 들여다보는 등 주택매매에 대한 더 큰 허들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진영에서 보면 도입하지 못할 제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정부가 워낙 강경하게 주택가격 하향안정을 주장하고 있어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규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주택거래를 아예 차단시켜 가격상승을 막는 거래허가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과도한 규제와 주택거래 통제에 따른 시장기능 마비를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거래허가제를 시행하는 유일한 곳은 베네수엘라"라며 "정부가 강도높은 규제로 단기에 집값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래위축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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