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포커스 강소기업 CEO를 만나다]

"실명질환 치료 급속냉각마취 기술로 美 FDA 승인 눈앞"

UNIST(울산과학기술원) 창업 벤처기업
리센스메디컬 김건호 대표
시술시간 획기적으로 줄이고
세포 손상·약물 부작용도 없어
피부과 냉각기기 허가도 획득
美 대형 안과전문병원 10곳
임상 3상 참여·기기구매 러브콜

미국 FDA를 방문했던 리센스메디컬 김건호 대표(왼쪽 첫번째) 이 회사의 '급속냉각마취' 기술은 FDA로부터 '드 노보(de Novo)' 적합판정을 받았다. '드 노보'는 라틴어로 '새롭다'라는 뜻으로, 미국 FDA에서 신개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을 증명하면 특별히 주어지는 패스트트랙 허가제도다. 리센스메티컬 제공
【 울산=최수상 기자】 노령인구가 늘고 당뇨병에 걸린 사람이 증가하면서 망막질환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 녹내장은 실명을 야기하는 3대 망막질환이다. 망막질환을 치료하는 데는 주로 레이저 시술나 유리체 교체 시술 등이 이용됐지만 이런 방식의 경우 입원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2000년대 초에 글로벌 공룡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이런 흐름을 바꿨다. 여러 망막질환에 효과적인 약품을 개발한 것인데, 환자 안구 내에 약품을 주사하는 시술인 '안내주사요법(Intravitreal injection, IVT)'이다. 현재 망막질환 치료 중 90% 넘게 IVT가 쓰이며, 관련 질병 치료의 임상기준이 됐다. IVT는 망막질환 환자의 눈에 약물을 주사해 시력을 회복시키는 시술이다. 마취가 반드시 필요한데 시간이 긴 편이라 환자 고통과 치료 효율이 낮았다. 약품 투여가 비교적 짧은 30초 만에 이뤄지는 데 반해 환자의 눈을 마취시키는 마취 방법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3~10분 정도로 전체 시술 시간의 80%를 소비한다.

■ IVT시술 마취시간 크게 단축

그런데 이같은 마취시간을 20초 내로 줄일 수 있는 '급속냉각마취' 기술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약품을 쓰지 않고, 오직 온도만 세밀하게 조절해 순식간에 신경을 마취시키는 것이다. 시술부위에 20초 정도 접촉하기만 하면 마취가 가능해 세포 손상이나 약물 부작용도 없다. 무엇보다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롭다. 이른바 '꿈의 마취술'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곳은 바로 울산에 있는 리센스메디컬이다. 이 기업의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현재 미국 7개주에 위치한 대형 안과전문병원 10곳에서 임상 3상에 대한 참여의사와 함께 기기구매에 대한 관심을 보내오고 있다.

주력제품인 안과 냉각마취기기는 미국의 대표 안과전문병원 2곳에서 현재까지 100명의 환자에게 250회 이상의 시술을 진행해 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이 기업의 창립자이자 CEO인 김건호 대표는 "임상에 참여한 환자 90% 이상이 냉각마취에 만족하고 있으며, 10초 마취 발현으로 전체 시술시간 또한 5배 이상 줄어드는 데이터 또한 나오고 있어 의료현장의 반응도 뜨겁다"고 설명했다.

리센스메디컬이 두각을 보인 것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냉각마취기술의 개발과 특허 출원 등 소식이 잇따르면서 창업 1년밖에 되지 않은 벤처기업이 울산지역 최초로 중소기업의 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된다. 이어 그 해 말에는 기술보증기금이 'U-THCH 밸리' 1호 투자기업으로 선정해 1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 미국 FDA로부터 '드 노보' 판정

현재는 리센스메디컬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FDA로부터 '드 노보(de Novo)' 적합판정을 받았고 1년 이내에 세계최초로 냉각마취에 대한 FDA 제품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도 늘고 있다.

'드 노보'는 라틴어로 '새롭다'라는 뜻으로, 미국 FDA에서 제품분류 품목조차 마련되지 않은 신개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을 증명하면 특별히 주어지는 패스트트랙 허가제도다. 국내 의료기기가 드 노보 허가과정을 거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에는 70억 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LB인베스트먼트, KB증권, BNK증권, 현대기술투자, 라이트하우스컴바인 등이 대거 참여했다. 이같은 투자를 이끌어 낸 데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이기도 한 김 대표의 특이한 이력도 한 몫을 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전공은 열 제어 기술이다. 온도를 급속도로 내리고 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 미시간대에서 연구를 이어오다 지난 2016년 울산과기원 교수로 임용됐고 직후 정밀냉각기술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의료용 마취용 기술의 개발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당시 UNIST에는 기술 창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대학 내 지주회사인 '선보엔젤파트너스'가 설립됐는데 최초의 투자 대상도 바로 김 교수의 마취 기술이었다.

김 대표는 "실명질환 환자들은 눈에 주사를 맞기 위해 5~10분 정도의 오랜 시간동안 따가운 마취제를 투여해야 했는데 이러한 마취제 없이 정밀냉각을 통해 10초 만에 마취가 가능하다"며 "시술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사 후 후유증도 감소해 임상에 참여한 미국 내 의사들과 환자들의 호응이 높다"고 강조했다.

현재 리센스메디컬은 냉각온도와 속도를 자유롭게 구현하는 독점 세포냉각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마취를 비롯해 염증성질환치료 등의 효과와 관련된 정량적인 냉각온도 데이터를 세계 선도적으로 축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 특히 염증성질환치료 등의 효과와 관련된 정량적인 냉각온도 데이터 높은 수준으로 축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센스메디컬은 최근 피부과 정밀냉각기기에 대한 식약처 의료기기 제조허가 및 제품허가도 획득했다. 급속냉각 기술을 활용하면 여러 염증성질환의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이 실제 사회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창업을 하게 됐다"며 "좋은 기술이 학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연구자로서 보람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