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뉴스1) 김경석 기자 = 강원 인제군 소양호에서 해마다 펼쳐지는 '인제빙어축제'. 개막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 '겨울 원조 축제가 벌써 20회째, '성년'을 맞았다.
매년 소한(小寒)이 시작될 무렵이면 소양호는 두께 30㎝가 넘는 광활한 얼음판으로 바뀐다. 이 곳은 설악산 계곡 물과 오대산에서 흐르는 내린천이 인제 합강정 부근에서 만나 비로소 강(江)의 모습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한강 수계로 묶어진 터라 수질이 엄격하게 보호를 받아 쏘가리, 꺽지, 빙어 등 맑은 물에서만 사는 어종이 서식한다.
인제지역 어민들은 소양호 인근에 터전을 잡고 봄~가을에는 배를 타고 어업을 하다가 겨울철이면 빙판에 직경 약 15㎝의 구멍을 뚫어 빙어를 낚았다.
언제부터인지 어업인들이 겨울철 재미로 낚던 빙어낚시가 인근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면서 80년대부터 남면 주민들의 겨울문화로 자리가 잡혔다.
90년대 중후반부터 44번 국도가 홍천남부·인제까지 확장되면서 속초·고성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자 어민들은 겨울철에는 방문객들에게 낚시대와 미끼를 팔고, 주변에 따뜻한 음식을 파는 주민들이 모이면서 스케이트장이 생기고 점차 마을 축제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후 군은 1998년 마을 단위였던 축제를 지역 축제로 확장하기로 했다. 당시 작은 군단위에서 예산상 힘들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희망을 안고 출발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얼음구멍을 뚫어 물고기를 잡는 것을 축제로 발전시킨다는 전국에서 유일무이했던 발상이 '대박'을 터뜨렸다. 1만명으로 시작된 축제가 8년만인 2006년 100만명 모객과 동시에 문화관광부 지정 문화 유망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축제 규모가 커지는 만큼 어민들과 상인들의 소득도 높아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얼음구멍을 뚫어 물고기를 잡는 축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상기온·구제역 파동에 한때 난관···원조 부활할까
그러나 전국에 비슷한 축제들이 생기고 기후와 도로 여건의 변화로 인한 잦은 축제장 변동으로 방문객 수는 점차 줄어들어만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년 구제역, 2015년 유례없는 가뭄, 2016년 이상 고온 등으로 열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매년 비슷한 주제와 프로그램 등으로 식상함마저 더해져 관광객들은 다른 축제로 눈을 돌리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날씨와 기온 조건과 평창 동계올림픽 시기와 맞물리면서 축제 기간에 47만명이 방문하는 등 성공으로 원조 겨울축제의 귀환을 알렸다.
이후 그 동안 고수해왔던 빙어 낚시 위주에서 스노온이라는 대표캐릭터와 추억과 가족 콘셉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빙어호에 둑을 건설하면서 안정적인 축제 개최의 기반을 갖춰 나갔다.
한편, 올해는 강원도에 기록적인 겨울비가 내리면서 축제 개막 열흘 전까지 빙어호에 얼음이 얼지 않아 지자체와 주민들이 고심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16일 인제군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축제 개막일과 프로그램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20회를 맞이한 빙어축제는 최상기 인제군수와도 인연이 깊다. 그는 지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문화관광과장으로 근무하면서 2회부터 축제에 관여했다.
최상기 군수는 “당시 빙어낚시에 세시풍속을 입히고 이글루, 썰매장, 주차장 등 하나하나 추가하면서 축제 기틀을 만들어 갔던 것이 기억난다”며 “당시 예산이 부족해 공무원들이 새벽같이 축제장에 나가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리며 빙판을 만들던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70년대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을 떠난 사람들이 축제장에서 동창모임을 할 만큼 전국적으로 알려졌다”며 “20회를 기점으로 앞으로는 전통을 살리고 세대에 맞는 새로운 축제 구성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축제는 18일부터 2월2일까지 16일간 빙어호 일원에서 열리며 3대가 함께하는 가족형 프로그램, 박인환 시인 등 8개 테마별 25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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