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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속았다" 文에 등돌린 사람들, 거칠어진 쓴소리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6 18:05

수정 2020.01.16 21:42

文정부 도운 김종인·김현철마저
정직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판
진중권 "조국에 마음의 빚 졌다는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
문재인 정부 탄생이나 앞선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승리에 기여한 주요 인사들이 새해부터 현 정부와 거리를 두고 강도높은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16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이들의 쓴소리가 '미워도 다시 한번'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는 점에서 여권엔 뼈아픈 대목으로 보인다.이들 중 일부는 지난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중도 지지층을 민주당 표심으로 이끈 주역이라는 점도 여권 지도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정치네트워크 '시대전환' 초청 특별강연에서 전·현직 대통령을 거론하며 "두 사람에게 완전히 속았다는 느낌뿐이다"라며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최소한의 정직성은 가지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이 정직하지 못해 이런 상황이 왔다"고 개탄했다. 김 전 위원장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고,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그러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제게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책임을 지라고 하고, 저는 아무 소리를 못 한다"고 했다.


같은 날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도 쓴소리를 했다. 김 이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들을 개돼지로 보고 능멸하고 있다"며 "정말 그들은 우리를 얕잡아보고 우리를 그저 한낱 노리개로 취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도 합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합리적 보수표를 가져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이런 노력이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영호남 동서화합이자 민주화 양대 세력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는 적통 후보로 부각되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이다.

대표적 진보 논객이지만 문재인 정부 지키미 역할을 해왔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최근 조국 사태 이후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진 교수도 지난 14일 페이스북 글에서 "청와대의 운영은 이미 '공적 업무'에서 PK(부산·경남) 친문(親文)의 이권을 보호해주고 그들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사적 업무'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발언을 한 게 배경이었다.


한편 앞선 이들과 정치적 의미는 다르지만 진보 성향 시민단체로 불리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양홍석 소장도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 법안을 거론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에 관한 의견 차이는 그냥 덮고 넘어갈 정도는 이미 넘어섰고 이런 상황에서 더는 참여연대에서 직을 맡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참여연대 인사가 현 정부를 비판하며 사퇴한 것은 조국 사태 과정에서 불거진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이후 두 번째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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