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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추가관세 철회… 중국은 美 상품 2000억달러 구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6 18:08

수정 2020.01.16 18:08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
中 강제기술 이전금지 명문화
지재권 보호·금융시장 개방 확대
산업보조금 문제 등은 2단계로
트럼프 "조만간 시진핑 만날 것"
미국은 추가관세 철회… 중국은 美 상품 2000억달러 구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마침내 서명했다.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단계 무역합의'에 이르렀다고 선언한지 넉달만이다.

중국의 산업보조금, 국영기업 문제 등 핵심현안은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 이후에나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2단계 무역합의'로 미뤄졌다. 그러나 1단계 무역합의로 마침내 양국은 2년에 걸친 무역전쟁을 일단 멈추게 됐고, 세계 경제도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또 트럼프는 중국의 대규모 농산물 구매 약속을 합의문에 포함시켜 핵심 지지층인 농민표를 다시 흡수하며 11월 재선가도에 청신호를 켤 수 있게 됐다.

중국은 기존 관세 인하와 추가 관세 철폐, 핵심 현안인 보조금 문제 등이 2단계 무역협상 의제로 넘어감에 따라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중국 협상대표 류허 부총리와 함께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했다.

■관세 추가 인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머지 않아'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면서 '매우 매우 좋은 친구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90쪽에 걸쳐 8개 부문에 대한 합의로 이뤄진 미중 무역전쟁 휴전협정인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미국은 중국제품 1200억달러어치에 매겼던 15% 관세를 절반으로 낮춘 7.5%로 떨어뜨리는 한편 추가 관세계획은 철회하기로 했다.

대신 중국은 2년에 걸쳐 미국산 재화와 서비스 2000억달러어치를 사들이고, 중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며 금융시장을 비롯한 중국 시장도 추가로 개방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해제 반대급부로 중국은 인위적인 위안 평가절하에 나서지 않고,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또 외환보유 현황도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국 통상현안 핵심이었던 중국의 산업보조금 문제, 국영기업 특혜 문제 등 중국이 특히 껄끄러워하는 문제는 2단계 협상 과제로 미뤄뒀다. 트럼프는 앞서 2단계 무역합의가 11월 선거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 극도로 꺼려 지난해 몇차례 서명 직전 무역합의를 엎어지게 만들었던 핵심 사안은 중장기 과제로 미뤘음을 뜻한다.

이때문에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 무역합의가 "모호하고, 미약하거나 이전 발표와 기존 합의로 덮여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번 관세 감축에 대해 중국이 이미 충분하다고 양해했다면서 추가 관세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강제 기술이전 금지·영업비밀 보호

합의문은 2쪽에 걸쳐 중국의 강제기술이전 관행 금지를 명문화했다. 기업활동을 하거나 정부 승인을 얻기 위해 기술이전을 압박할 수 없도록 했다. 공식적, 비공식적 압력 모두 금지하게 된다.

이번 합의문은 중국이 이전에 합의했던 조건에 비해 훨씬 더 상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를 위한 중국법령 개정은 명문화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미중 협상단이 합의했던 관련 중국법령 수십건 개정을 퇴짜놓았던 중국 지도부가 이번 1단계 합의에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는데 성공했다.

영업비밀 보호도 강화된다. 양국이 기업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고, 관련 불만이 접수되면 양국간 협의를 통해 일단 해결하기로 했다.

수차례 협의를 거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를 주장하는 측에서 '그에 상응하는 복구수단' 즉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주로 미 기업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 제품에 관세를 다시 물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매겨지는 관세에 대해 중국은 '공정하다고 판단될 경우' 보복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판단을 남겨 둬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세 보복 외에 협정 탈퇴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중국, 미국산 2000억달러어치 구입

합의문 최대 비중은 중국의 미국 재화·서비스 구입에 할애됐다.

앞으로 2년에 걸쳐 중국이 미 공산품, 농산물, 에너지, 서비스 등 2000억달러어치를 추가로 사들인다는데 합의했다.

2017년 중국의 미국산 구입을 기준으로 2000억달러어치가 늘어난다.

공산품은 당시에 비해 앞으로 2년 동안 777억달러어치,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서비스·지적재산권 라이선스 등 기술 서비스 구입은 379억달러어치가 늘게 된다. 또 에너지 구입도 524억달러어치가 확대된다.
농산물 수입 확대폭은 이들 3개 항목에 비해서는 적지만 규정 완화까지 포함돼 있다.

중국은 2021년까지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를 2017년 대비 320억달러어치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농산물 관리 규정을 개정해 미국산 유제품, 가금류, 쇠고기, 어류, 쌀, 반려동물 사료 등의 수입과 유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기로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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