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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각론 싸움이다"…수사권조정 '2차전' 사실상 시작

뉴시스

입력 2020.01.17 06:01

수정 2020.01.17 06:01

법무부·대검·경찰청, 개혁 추진단 구성 협력 관계 재정립 과정서 갈등 가능성 합의 도출 어려울 듯…치열 공방 전망 2011년 후속 논의땐 집단행동 등 충돌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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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수사권 조정 관련법안의 국회 통과 후 법무부와 대검찰청, 경찰청이 각각 추진 기구를 꾸리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논의 과제 곳곳에 기관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 주목된다.

17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법무부는 최근 '개혁입법 실행 추진단', 대검찰청은 '검찰개혁 추진단'을 구성했다.

또 경찰청은 전날 차장급 총괄 기구인 '책임수사추진본부'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각 기구는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후속 조치를 설 연휴 이후부터 본격 총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논의할 내용들을 보면 기관 간 갈등 국면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향배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우선 검찰과 경찰의 '협력'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기관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시선이 있다. 수사준칙에 관한 후속 조율 과정에서 검·경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접전 지점은 '수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는 개정 형사소송법 195조 2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1차적 경찰 수사에 대한 보다 면밀한 통제장치를 수사준칙에 마련해야 한다는 등 인권보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의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경찰은 독립적 권한 행사와 협력 관계의 실효적 운용을 추구하는 주장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사 요구에 불복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목소리도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안 통과 과정에서 배제됐던 주장을 대통령령 논의 과정에서 개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두고 경찰과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수사권 구조 조정 후속 논의 과정에서의 검·경 충돌은 지난 2011년에도 있었다. 개정법이 그해 6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다루는 대통령령을 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립이다.

핵심 충돌 지점은 '내사 축소' 등에 관한 부분이었다. 검찰은 2011년 10월10일 참고인 소환 등을 검사 지휘 대상에 포함하는 등 내사 축소를 방향으로 하는 대통령령 초안을 마련했고, 경찰은 같은 달 13일 반대 의견을 냈다.

이후 검경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합숙토론까지 진행됐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했고, 2011년 11월23일 국무총리실에서 경찰 내사 권한을 축소하고 중요 내사 사건은 사후적으로 검찰 통제를 받도록 하는 등 방향의 강제조정안을 내놓았다.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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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번에는 경찰이 강력 반발하면서 충돌 국면이 지속됐는데, 이른바 '수사경과 반납운동' 등 집단 항의 행동이 벌어졌다. 이 집단 행동에는 전국 경과자의 약 90%가 참여했다고 한다.

아울러 경찰 상징인 수갑을 집단 반납하거나 밤샘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됐고, 당시 경찰총수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물론 경찰관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대통령령 제정안이 2011년 12월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이번에는 '검찰 내사지휘 거부' 행동이 벌어졌다. 경찰청이 고소·고발 등 사건만 넘겨받아 수사하는 등 방향의 수사실무 지침을 일선에 하달한 뒤 발생한 일이다.

대구 지역을 시작으로 인천, 전주, 충북, 대전 등에서도 내사지휘 거부 사례가 나왔고, 검찰은 내사를 인지해 수사 지휘를 하거나 진정을 고소·고발을 받아 사건으로 지휘한다는 등 대립이 생겼다.

2012년 2월에는 경찰이 검찰에 첫 재지휘 건의 권한을 행사했고, 같은 해 3월에는 경찰 간부가 관할지청 수사지휘 검사를 고소한 이른바 '밀양 사건'이 벌어지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실제로 검경 내부에서는 당시를 '전쟁'에 가까웠다고 회상하는 이들이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검경 대립이 두드러졌던 시기", "사이가 극도로 나빠졌던 때"라고 돌아봤고 "이번 대통령령 논의 과정이 2라운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추측했다.


한편 법무부와 검찰의 경우 법무부령으로 정하게 될 '영장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세부 내용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영장심의위는 경찰 신청 영장 관련 이의 절차다.


다만 경찰 신청 영장 청구 문제는 그간 수사 과정에서 수시로 불거졌던 갈등 지점이었던 만큼, 경찰 내에서도 관련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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