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북한도 안하는 주택거래허가제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0 16:41

수정 2020.01.20 16:41

[기자수첩] 북한도 안하는 주택거래허가제
1970~1980년대 북한에서는 주택의 음성적 매매를 조장하는 분위기가 싹텄다. 간부들 사이에 '내 집 마련' 풍조가 생기면서 당시 대도시들에는 고급 신축 아파트가, 지방에는 높은 담을 두른 고급 단층 주택들이 등장했다. 건설에 필요한 강재, 시멘트, 인력 등 자재는 몰래 빼돌려 충당했다. 자원분배가 생명인 공산주의 국가에서 부동산 열풍은 분배의 왜곡을 가져왔지만 시장은 커졌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도 북한의 부동산 열풍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굶주린 북한 주민들이 국가에서 배정한 아파트를 달러와 바꾸면서 부동산은 '상품'이 됐고, '시장'도 형성됐다.


2000년대부터 대부분의 아파트는 민간자본을 통해 건설되고 거래되는 상품이 됐다. 부동산 투자로 100만달러 이상의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이 등장하기도 했다.

북한 아파트 시장은 당 권력과 민간 자본이 '윈윈'하는 구조다. 민간자금으로 건설하지만 국가계획에 잡힌다. 시공·시행은 당과 민간이 함께 한다. 대체로 물량의 반 정도는 명의를 빌려주거나 시공을 담당했던 기관·기업소에, 나머지 반 정도는 민간사업자에게 배정된다.

당은 민간자본과 결탁해 아파트 건설을 통해 계획 수행실적과 기관 이익을 챙긴다. 힘 있는 기관·기업소들이 허가권을 득하고 자금은 민간 돈주가 댄다. 둘을 연결해주는 브로커도 따로 있다.

당 산하의 한 기관은 아파트 실내장식 사업에 뛰어들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북한 아파트 가격은 물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북한에서 아파트는 시장을 통해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에서도 부동산 시장은 핫하다.

제도상으로는 부동산 소유와 이용이 분리돼 있지만 이용자 명의 변경 등을 통해 얼마든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역세권일수록, 편의시설이 많을수록 이용권은 비싸게 거래된다. 웃돈을 주더라도 좋은 곳에 살고 싶은 심리는 어디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주 자본주의 시장경제인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주제는 다름 아닌 '주택거래허가제'였다.

psy@fnnews.com 박소연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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