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여야가 민생은 도외시한 채 정치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비타협적으로 부딪쳤다는 뜻일 게다. 특히 지난해 선거제·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충돌 이후 여야는 장내·외에서 극한 대치를 계속했다. 이로 인해 온갖 반칙 의혹이 제기된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전후해서는 민심이 두 동강 나다시피 했다. 그 과정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 민생과제들은 고비마다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20일 현재 법안 처리율도 33.7%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낮은 생산성이야말로 협치가 실종된 20대 국회의 진면목일 것이다.
여야는 이에 대해 서로를 탓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그렇다고 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범여권이 다수의 힘으로 일방통행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을 게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식의 책임 논쟁보다 더 중요한 게 4월 총선 이후 구성될 21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권력을 쥔 여권이 협치의 이니셔티브를 취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함께 총선 후 협치를 다짐한 건 반길 일이다. 다만 국회법상 교섭단체인 한국당을 '패싱'한 채 임의단체인 범여권 '4+1협의체'를 통해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강행 처리한 뒤끝이다. 선거 후 야당 의원 한두 명을 구색용으로 입각시킨다고 대결정치가 사라질 리는 만무한 셈이다. 그렇다면 여권 수뇌부가 공정한 선거관리에서부터 반대 목소리도 경청하는 데 이르기까지 '진짜 협치'가 가능하도록 신뢰의 자본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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