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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오차 큰 경제전망 반복과 문제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1 16:44

수정 2020.01.21 16:44

[여의나루] 오차 큰 경제전망 반복과 문제점
작년 한국은행과 기재부 등은 2019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2.6∼2.7%로, 무디스 등 일부 외국 기관은 2.3% 내외로 낮게 전망했다. 우리의 수출과 관련해서는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협회 등 대부분 기관이 2019년 수출증가율을 전년 대비 3.0∼3.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년이 지나 살펴보니 이들의 전망과 우리 경제실적 간에는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은행은 경제성장 전망을 몇 번 낮추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우리 경제성장률을 실제 2% 정도로 추정했고, 산업부는 작년 수출이 2018년 대비 증가는커녕 통관기준으로 10.3%나 대폭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망과 실제 경제성장률은 약 0.7%포인트, 수출증가율은 무려 13%포인트 이상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경제전망은 그야말로 단순한 전망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경제전망은 조세수입과 세출계획의 근거가 되고, 각종 정책의 준거가 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사업이나 투자계획에도 참고가 될 수 있어 간단히 볼 일은 아니다. 오차 큰 경제전망에 기반을 두는 경우 정부계획이나 기업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오차 큰 전망은 안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민간기관들조차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이나 국가기관의 전망치를 다소간 수정해 발표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도 한국 경제전망에 관한 한 이들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전망은 민간기관의 전망 관련 역량 향상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차가 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성장 모델에 포함된 다양한 변수의 변화폭 전망이 어려워서일까, 아니면 경제성장 관련 중요한 변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서일까. 다양한 변수들의 변화폭 전망 문제는 항상 직면했던 사안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뒤의 문제, 즉 경제성장 관련 중요 변수에 대한 분석이나 고려가 부족한 데 기인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경제성장률이 수출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더 현실에 맞게 수출증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수출은 세계 경제성장률과 교역증가율 등 해외 수요와 우리 상품의 경쟁력 변화에 좌우되므로, 특히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변화에 관한 분석이나 심층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시적 해외수요 변화 부분은 어렵지 않게 구하거나 고려할 수 있는 반면, 우리 수출상품의 미시적 가격경쟁력 혹은 가치경쟁력 변화를 분석하거나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각 기관이 이에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어려움 때문이고, 이는 오차 큰 전망이 반복되는 원인 중 일부가 될 것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년 세계 교역증가율은 전년 1.1%에서 늘어난 3.2%로 전망되나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 변화를 고려할 경우 우리 수출이 세계 교역증가율만큼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몇 년간의 급속한 최저임금·실질임금 상승의 누적효과, 주52시간 근로 시행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따른 노동경직성 확대, 생산의 해외이전, 혁신제품 부족 등에 의한 경쟁력 약화가 해외수요 확대에 의한 수출증가 가능성을 상당 부분 제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최근 금년 수출증가율을 세계 교역증가율과 유사한 3.0%로 전망하면서 일종의 수출목표로 제시했는데, 이런 목표가 현실화되려면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수출산업의 가격경쟁력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탄력근로제 시행과 노동유연성 제고, 국가 연구개발(R&D) 체제 혁신과 규제 타파 등 정책수단을 적극 동원해야 할 이유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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