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장기대기 병역면제, 합리적 기준 필요

일반적으로 국방을 위한 병력규모는 국내외 안보정세, 국가경쟁력, 무기의 전력화 수준, 인구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해 군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우리나라 상비병력은 6·25전쟁을 겪은 1950년대에는 70만명 이상이었으며, 1960년대 이후에는 한국군 현대화, 서울올림픽 대비 전력 증강과 국방개혁 등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다소 증감은 있었지만 큰 변동 없이 60만~67만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 정도의 병력 소요는 꾸준한 인구증가로 지금까지 병력 충원에 문제가 없었으며, 1970년대 이후 베이비붐 세대와 같은 인구급증 시기에는 오히려 병역자원이 크게 남아 그 일부를 산업기능요원 등 대체복무 형태로 활용하거나 면제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잉여자원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두 가지 방법으로 병역자원 수급을 조절할 수 있다. 우선 병역판정검사 과정에서 병역처분기준을 조정해 남는 자원만큼 면제처분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면제자의 병역처분기준이 연도별로 수시 변동되면 매년 병역처분에 대한 '공정성' 시비와 '형평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금까지 병역처분기준 변경을 최소화, 병역판정검사 합격률과 면제율을 일관되게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잉여자원을 해소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는 병역판정검사 결과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가 과다 발생할 경우 사회복무요원 수요를 최대한 확보해 배치하되, 부득이 일정 기간 의무부과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장기간 대기한 사유로 복무의무를 면제처분하는 방법이 있다.

장기대기 사유 면제제도는 병력소요를 충원하고 남은 자원의 적기 사회진출을 보장하기 위해 1974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제도로서 1970~80년대 매년 평균 5만여명, 1990년대 약 3만명, 2000년대 약 4000명을 면제처분한 바 있다. 2010년대 이후 주춤하던 장기대기 면제자가 2019년도 이후 다시 증가하게 되자 일부에서는 병역을 이행한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장기대기 면제자가 증가한 원인을 살펴보면 1990년대 초반 에코세대의 출생률이 상승하면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20세 남자인구가 일시적으로 급증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증가로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가 증가하면서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 수요를 늘려 증가하는 자원을 해소하고자 했으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유관기관의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 최근 복무기관의 사회복무요원 배정인원 요구 추세를 보면 복무관리나 예산부담 등으로 인원 요청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무요원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병무청만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대기 사유 면제제도가 불가피하다면 합리적 면제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사회복무 적합자나 시급성이 있는 사람을 우선소집해 활용하고 수형자, 특정질환자 등 사회복무에 취약한 사람은 면제처분해 소집적체 시기 자원 활용성을 높이고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병무청에서는 소집적체 해소를 위해 추가 수요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인구 급감으로 소집적체 해소시기가 단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장기대기 면제인원이 발생하면 병역이행자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청년들의 상실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아울러 병역의무가 사회진출과 연계되도록 복무여건 개선사업을 발굴하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