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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시총 1000억달러 돌파... 머스크에 대박 안겨준 공매도 세력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3 16:01

수정 2020.01.23 16:07

잇단 호재로 주가 상승세 타자
손해 감수하고 비싼 가격에 매수
CEO 머스크 스톡옵션 대박
1차로  3억5000만弗 벌듯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 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 뉴시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22일(현지시간)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역설적이게도 시총 1000억달러 돌파의 숨은 주역(?)은 테슬라 주가 폭락을 기대하며 공매도에 나섰던 세력들이었다. 테슬라 주가가 뛰면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매도 세력들이 앞다퉈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는 바람에 주가 상승폭을 더 키웠다. 덕분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막대한 스톡옵션을 받게 돼 세계 최고 부자로 올라서는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 공매도가 주가 상승 부채질

CNBC, CNN비즈니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이날 4.1% 뛴 주당 569.56달러를 기록했다. 사상최고치다.


테슬라는 시총 1027억달러로 폭스바겐을 제치고 도요타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싼 자동차 업체가 됐다.

테슬라 시총 1000억달러 돌파는 펀더멘털에 거는 기대감이 커진 게 크게 작용했다.

테슬라 자동차 판매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중인 데다 중국 상하이 신공장으로 중국 판매가 크게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게다가 지난해 이후 테슬라가 적자를 벗어나 흑자 전환중 점도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그러나 주가 상승의 숨은 주역은 테슬라 주가 폭락을 기대하고 공매도 나섰던 공매도 투자자들이 꼽힌다.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현재 거래 가능한 테슬라 주식 가운데 무려 20%대가 공매도된 주식들이다. 공매도 세력은 주가 하락을 기대해 투자은행에서 주식을 빌려 이를 시장에서 먼저 내다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사들여 투자은행에 갚아 차익을 챙긴다.

그러나 테슬라 주식은 예상과 달리 잇단 호재에 상승세를 타며 사상최고치 행진을 지속해 거래 주식의 20% 가까이를 공매도했던 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게다가 주가가 뛰면서 주식을 갚아야 하는 시기도 빨라졌고, 이들 공매도 세력의 테슬라 주식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수가 몰리는 이른바 '공매도 압박(short sqeeze)' 현상까지 더해져 상승세를 타던 테슬라 주가는 날개를 달게 됐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트레이더들의 고통은 머스크에게 즐거운 주행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머스크, 세계 최고 부자 되나

공매도에 심각한 거부반응을 보였던 머스크는 오히려 공매도 세력 덕에 세계 최고 부자가 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머스크는 공매도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거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부터 헤지펀드 대부 데이비드 아인혼에 이르기까지 공매도를 하는 모든 이들을 공격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를 '공매도자 부유하게 하기 위원회(Shortseller Enrichment Commission)'라며 비아냥 댈 정도로 공매도를 혐오해왔다. 그러나 공매도 세력이 크게 기여한 덕에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면서 머스크는 공매도 세력의 덕을 톡톡이 보게 됐다.

앞서 머스크는 2018년 당시로서는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스톡옵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실적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고, 주가와 시가총액이 주주들이 제시한 수준을 돌파하면 막대한 스톡옵션을 받기로 한 것이다. 기준은 매우 높았다.

테슬라 매출이 1750억달러를 넘어서고, 경상이익이 140억달러를 찍는 것이 1차 조건이다. 거기에 테슬라 시가총액이 옵션 지급일까지 30일을 포함해 6개월간 평균 1000억달러를 웃도는 선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조건이다.

아직까지 이 조건에 따른 스톡옵션으로는 단 한 주도 받지 못했던 머스크는 이번에 첫번째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바싹 다가섰다.

공매도 세력의 매수까지 더해지며 테슬라 주가가 올들어서만 30% 가까이, 지난해 6월 초 이후로는 3배 뛰면서 12번에 걸쳐 지급될 스톡옵션 조건 충족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첫번째 스톡옵션은 테슬라 주식 170만주를 할인된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다. 현재 주가로 옵션을 행사한다고 하면 머스크는 12번 가운데 첫번째가 될 이 한 번의 스톡옵션으로만 3억5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게 된다.
또 테슬라 주가가 향후 10년 상승세를 타면 머스크가 받게 될 스톡옵션 가치는 550억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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