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2년 째 매일 우리집 찾는 아버지…맞벌이 육아 '듀크족'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5 09:00

수정 2020.01.26 08:47

"양육비 생각하면 일 그만둘 수 없어"
조부모 도움 받으면 행운…도우미 필수
같이 일해도 가사 분담은 '아내가 70%'
[파이낸셜뉴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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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차에 접어든 정연주씨(33·가명) 집에는 평일 아침마다 차로 5분 거리에 사는 아버지가 집에 들른다. 아버지는 곧바로 아이를 데리고 본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는 할머니가 차린 아침밥을 먹고 한 시간 후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어린이집은 4시30분에 마친다. 다시 조부모와 함께 집에서 엄마아빠를 기다린다. 부부 중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연주씨 부부는 매달 부모님께 100만원을 드린다.

연주씨 부부는 ‘듀크(DEWK)족’이다. Dual employed with kids의 준말로 아이를 양육하면서 맞벌이를 하는 부부를 일컫는다. 2000년대 초 사상 유례 없는 미국의 경제 호황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남성 외벌이의 전통적인 가족상이 맞벌이로 이동하는 시점에 나온 용어다.

한국도 ‘맞벌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지만 여전히 맞벌이 양육 부부는 매일 난관에 부딪히며 고군분투하고 중이다. 연주씨는 맞벌이를 선택한 이유로 ‘커리어’와 ‘경제력’을 꼽았다. 그는 “아이 키우는데 한두 푼이 드는 게 아니다. 한쪽이 많이 벌면 모르겠지만 둘이 벌어 대기업 한명 수준”이라며 “커리어도 문제다. 애만 보다가 끝내고 싶지 않고 내 나름의 사회생활도 유지하고 싶다”고 전했다.

■앱으로 단기 도우미 호출
연주씨처럼 부모님이 도와주신다면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지만 모두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곧 육아휴직에서 복직해 3월이면 맞벌이 육아 전선에 뛰어들어야하는 민정훈씨(36·가명)는 양가 부모님이 모두 멀리 사는 탓에 애초에 도움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내가 짧게 출산휴가를 썼고 정훈씨가 바통을 이어받아 열 달 넘게 육아휴직 중이다. 아이는 이제 만 15개월이다. 복직하면 보낼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다.

정훈씨는 “아내가 공무원이어서 만 5세까지 2시간 단축근무를 할 수 있다. 서로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직접 하원을 시킬 예정”이라면서도 “시간이 맞지 않거나 가사노동과 음식준비에 손이 많이 가면 가사도우미를 쓸 생각이다. 요샌 어플로 많이 부른다”고 전했다.

실제 포털에서 육아 도우미를 검색해보면 육아도우미를 매칭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요할 때만 불러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동수당보단 어린이집 확충"
부부가 함께 맞벌이를 하면 가사노동도 5대5로 공평하게 분배될까?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연구소는 작년 4월 아이를 양육중인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맞벌이 양육의 경우 결과 아내와 남편이 각각 6.7대2.7의 비중으로 분담한다고 답했다. 외벌이 조사결과(7.3대2.7)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함께 돈을 벌어도 여전히 여성이 양육·가사노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맞벌이 육아를 시작한 지 이제 막 4개월 차에 접어든 표준호씨(39·가명)는 아내와 철저하게 양육·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있다. 준호씨는 “일찍 귀가한 사람에게 일이 몰릴 수밖에 없다. 첫 한 달은 가사분담 문제로 많이 다투면서 조정을 많이 했다”며 “지금은 명확하게 나눠서 한다. 애기 저녁 먹이기, 목욕시키기 등 할 일을 정해서 나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출근하면 인근에 거주하는 준호씨의 어머니가 2주, 대구에 있는 아내의 어머니가 1주씩 번갈아가며 19개월이 된 아기를 돌본다. 그는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정부 지원책이 있냐는 질문에 아동수당보다는 어린이집 확충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준호씨는 “19개월이면 어린이집을 보냈어야 할 시기인데 워낙 경쟁률이 높다보니 순번이 오지 않아 아직 어머니들이 고생하고 계시다”며 “어린이집을 늘리는 게 아동수당보다 더 효과적인 정책인 것 같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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