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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의 역설…검·경 전관 변호사 시장 커지나

뉴스1

입력 2020.01.26 08:01

수정 2020.01.26 08:01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안내표지판. 2020.1.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안내표지판. 2020.1.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경찰의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 절차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수요가 늘면서 시장에 활력이 돌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검·경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위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과 경찰청, 법무부 등 관계기관은 설 명절이 지난 뒤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시행일자 등 세부 절차를 정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기존의 수사 지휘 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 관계로 설정된다. 또 경찰은 기소 의견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불기소 의견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및 대형참사 등 분야로 제한된다.


과거와 달리 경찰 수사 과정의 비중이 커진 만큼, 앞으로는 경찰 단계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조력을 받는 일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 수사 실무 경험이 있는 경찰 출신이나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인데, 법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법무법인들이 앞다퉈 경찰 고위직이나 경찰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버닝썬'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곽정기 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47·사법연수원 33기)은 대표적인 '경찰 출신 최대어'였다. 곽 전 대장은 2004년 입직해 주요 수사부서를 두루 거친 뒤 지난해 7월 퇴직,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거취를 옮겼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이미 2~3년 전부터 로펌에선 경찰 출신들을 뽑아 왔다"며 "이전에 2년에 한명 정도 뽑는 비중이었다면 지금은 1년에 2~3명씩 뽑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경찰 출신 변호사 공급이 당장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검찰 불기소 처분 이후의 항고·재항고 절차에 해당하는 이의제기 절차가 신설됨에 따라 사건 관계인들이 검찰 출신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리라는 것이다.

이의제기 절차는 경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할 때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에게 서면으로 그 취지와 이유를 통지해야 하는데 통지를 받은 사건관계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경찰이 사건을 즉시 검찰에 넘기도록 한 제도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경찰이 무혐의 종결한 사건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보완수사를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라며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출신 변호사들에게 시장이 훨씬 크게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변호사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돈이 있어 유능하고 뛰어난 검·경 출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법적 이익을 관철하기 훨씬 쉬워졌다"며 "까딱 잘못하면 (수사권 조정안이) '검·경 출신 변호사 복지법'이 되고 무전유죄·유전무죄 시비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의제기는 고소·고발인, 사건 피해자 또는 그 법정 대리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만큼 변호사 선임 유무가 절차적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일선서 과장급 경찰은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사건을 송치하게 돼 있다"며 "반드시 변호사의 의견서를 첨부할 필요 없이 이의제기만 하면 검찰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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