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무대 속 역사에서 '오늘'을 본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7 18:28

수정 2020.01.28 18:22

2020 연극계 국내외 화제작 눈길
세계 800만 관객 동원한 영국국립극단 '워호스'부터
러시아 '바냐 삼촌' 등 해외 굵직한 작품들 국내 공연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무대화
창립 70년 맞은 국립극단 근현대사 담은 작품도 기대
영국 국립극단의 '워호스'. 쇼노트 제공 
영국 국립극단의 '워호스'. 쇼노트 제공 


【서울=뉴시스】 남산예술센터 '휴먼푸가'. 2019.11.06 (사진 = 이승희 제공) realpaper7@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남산예술센터 '휴먼푸가'. 2019.11.06 (사진 = 이승희 제공) realpaper7@newsis.com /사진=뉴시스


티모페이 쿨리아빈 연출의 '오네긴'. LG아트센터 제공
티모페이 쿨리아빈 연출의 '오네긴'. LG아트센터 제공

밀로 라우 연출의 ‘반복-연극의 역사’(LG아트센터 제공) /사진=fnDB
밀로 라우 연출의 ‘반복-연극의 역사’(LG아트센터 제공) /사진=fnDB

올해 연극계는 굵직한 내한공연이 여느 때보다 많다. 영국 국립극장의 '워호스'를 비롯해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의 '바냐 삼촌'이 초연한다. 유럽의 '다큐멘터리 시어터의 거장' 밀로 라우, '러시아 차세대 거장' 티모페이 쿨리아빈은 처음 내한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는 국내 신작도 주목된다. 국립극단은 창단 70주년 기념연극 '화전가'를 통해 여성의 시선으로 격동의 역사를 돌아보고 남산예술센터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80년 광주'와 그 이후 세대의 시선으로 과거를 돌아본다. 또 두산아트센터는 '푸드(Food)'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욕망을 조명한다.


■유럽 연극계 논쟁적 연출가 밀로 라우 첫 내한

2007년 초연된 영국 국립극단의 '워호스'는 세계 11개국, 97개 도시에서 8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화제작이다. 2011년 미국 토니상 최고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했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동명 영화로 만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마 '조이'와 소년 '알버트'의 모험과 우정을 그린 작품. 나무로 만들어진 실물 크기의 말 퍼펫이 무대를 누비는 장면이 압권이다. 유럽 연극계에서 논쟁적인 연출가로 통하는 밀로 라우는 '반복-연극의 역사'를 들고 내한한다. 벨기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과 그 사건을 무대화하는 과정을 담아내며 우리 시대의 혐오와 폭력, 나아가 연극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성찰한다. 30대 초반에 러시아 최고 권위의 골든마스크상을 수상한 티모페이 쿨리아빈은 푸시킨의 서사시 '예브게니 오네긴'을 연극화한 '오네긴'을 선보인다.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무채색의 무대에서 인상적인 미장센으로 그려내 2014년 황금마스크상을 수상했다.

국립극단은 창단 70주년을 맞아 러시아와 영국의 대표 극단을 초청한다.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의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관습적 성 역할의 전복, 장애인 배우 캐스팅 등 새로운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의 2011년 황금마스크상 수상작인 '바냐 삼촌'은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리마스 투미나스의 파격적인 연출로 선보인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세계 초연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무대화한 작품도 주목된다. 국립극단은 '연출의 판-해외연출가전' 일환으로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세계 초연한다. 벨기에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각색과 연출을 맡는다. 셀마 알루이는 "여성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두 개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인다. 두 작품 모두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원작이다. 지난해 초연해 파격적인 무대 연출로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19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된 '휴먼 푸가'가 재연된다. '더 보이 이즈 커밍'은 폴란드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가 지난해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초연한 작품. 폴란드의 시선으로 5월의 광주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오는 5월 '휴먼 푸가'와 함께 무대에 올린다. 이밖에 매년 5월이면 대학로 무대에 오른 5.18 민주화운동 소재 블랙코미디 '짬뽕'과 요즘 유행하는 관객 참여형 공연을 표방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시간을 칠하는 사람'과 '나는 광주에 없었다'도 막을 올린다.

■여성·젠더프리·음식 문제 그린 신작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의 행보도 주목된다. 1950년 경북의 한 반촌을 무대로 한 '화전가'는 국립극단 70주년 기념공연으로 배삼식 작가가 쓰고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한다. 배삼식 작가는 "분단 이후 한국전쟁 발발 직전까지 수많은 학살이 자행됐다"며 "그때를 배경으로 어머니 환갑날 모인 여인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잘 보듬어 작품에 담았다"고 했다.

공연계 '젠더프리' 트렌드를 반영한 국립극단의 '파우스트'도 기대를 모은다. 국립창극단 전 예술감독인 김성녀가 악마와 영혼을 담보로 거래하는 학자 파우스트를 연기한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성 작가 린 노티지의 '스웨트'(가제)도 9월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철강산업의 쇠락으로 노동시간의 감축과 감원을 거쳐 공장 폐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노동자들의 입을 통해 풀어낸다. 안경모 연출을 통해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노동'에 대한 시사점을 다각적으로 제시한다.

세종문화회관 산하단체인 서울시극단은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구자혜 연출가의 신작 '로드킬 인더씨어터'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극단은 또 한송희 작가·이기쁨 연출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의 치열한 삶을 무대로 풀어낸 '나, 혜석'도 공연한다. 두산아트센터는 통합 기획 프로그램인 '두산인문극장'의 올해 주제를 '푸드'로 정했다.
동명의 단편 소설·만화를 각색한 '1인용 식탁' '궁극의 맛'과 한국 노포(老鋪)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신작 '식사'까지 총 3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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