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공부하러 일하러 카페로 갑니다 [新인류의 新생활 백과사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8 16:41

수정 2020.01.28 16:41

5. 코피스족 & 카공족
콘센트 좌석에 복사·인쇄도 가능
반기거나, 싫어하거나… 카페도 반반
다른 손님 위해 '노스터디존' 걸기도
공부하러 일하러 카페로 갑니다 [新인류의 新생활 백과사전]

업무와 공부에 인터넷, 클라우드, 노트북·태블릿 등이 활발히 이용되면서 공간의 제약이 없어졌다. 회사들은 이미 사내 사무공간에 지정좌석을 없애고 자유롭게 자리를 잡아 업무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다. 외부에서 처리할 일이 생겼을 경우에는 카페에 자리를 잡기도 한다. 시내 대형 카페에서 콘센트를 쓸 수 있는 벽쪽 자리에 일렬로 앉아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대학교 강의실에 노트북을 들고와 필기하는 대학생들의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렇다 보니 대화와 사교의 장이었던 카페가 업무와 공부를 위한 공간으로 떠올랐다. 카페에서 일을 하는 '코피스족',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카공족'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코피스족'의 '코피스'는 '커피(coffee)'와 '사무실(office)'을 합친 말로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을 통칭해 코피스족이라고 한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따로 '카공족'이라 부른다. 외근을 했다가 급하게 처리할 업무가 생긴 직장인이나 노트북처럼 소음이 발생하는 작업을 하는 대학생들은 카페를 즐겨 찾는다.

국내 대형 커피전문점 6곳 중 할리스커피가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을 두고 카공족과 코피스족을 노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1월 국내 커피전문점 6곳에 관한 소비자 만족도 분석 결과를 밝혔다. 서비스 품질, 상품 특성, 호감도로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눠 평가했으며 종합만족도에서는 3.95점을 받은 할리스커피가 1위를 차지했다. 스타벅스가 3.93점으로 뒤를 이었다.

할리스커피는 서비스 품질에서는 스타벅스에 뒤졌지만 호감도에서는 앞섰다. 매장 이용 편의성과 가격 및 부가혜택 부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할리스커피는 코피스족, 카공족 등 다양한 유형의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카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1인 좌석, 그룹석, 콘센트 좌석, 분리형 좌석 등을 배치하는 등 공간 마케팅을 진행했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 1위 결과도 이런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피스족과 카공족이 특히 좋아하는 대표적인 카페는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대부분 매장의 공간이 넓어 직원들이 눈치를 주는 경우도 적다. 무료 와이파이(Wi-Fi)와 콘센트 이용이 가능해 노트북이나 태블릿 작업을 하기에도 좋다. 곳곳에 매장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탐앤탐스는 지난해 10월 서울 아차산로에 '라운지탐탐'을 오픈했다. 라운지탐탐은 카공족과 코피스족을 위한 공간으로 스터디 카페 또는 공유 오피스로 이용할 수 있다. 지정석 91석과 자유석 15석 등 총 106석의 규모다. 복사, 인쇄 등이 가능한 사무기기까지 비치했다.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규선씨는 "학교에 도서관이 있지만 노트북 작업을 하거나 그룹 스터디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카페에 자주 가는 편"이라며 "고학년이 되면 공부량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스터디 카페 월정액권을 끊어놓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공부형태에 따라 도서관과 카페 중 선택한다는 것이다. 스터디 카페는 이 둘의 장점을 합친 것으로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수료해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한창호씨도 "재학 중일 때는 도서관을 많이 갔지만 지금은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스터디 등을 위해 카페를 많이 찾는다"며 "특히 자기소개서 작성처럼 창의성이 필요한 일을 할 때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카페가 더 좋다"고 말했다. 코피스족이나 카공족을 위한 마케팅을 통해 홍보효과를 누리는 곳들도 고민은 있다. 일부 카페들은 음료 하나 시켜놓고 몇 시간이나 죽치고 있는 코피스족이나 카공족으로 인해 다른 손님들이 피해를 본다고 판단, 아예 '노스터디존'을 선언하기도 했다.
공부하러 일하러 카페로 갑니다 [新인류의 新생활 백과사전]


카공족 A씨는…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방학 때가 더 바쁘다. 계절학기를 듣고, 각종 자격증 공부를 하며, 학원을 다니면서 틈틈이 또래들과 스터디를 하고 있다. 방학 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학점이 떨어져 졸업 후 취업에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3학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특히 더 중요하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3학년을 앞둔 이번 겨울방학에는 일정한 시간에 집에서 나서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가 가장 선호하는 공부장소는 스터디 카페다.

AM 9:00 학교 앞 한 카페의 스터디룸에서 같은 자격증 공부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 해오기로 한 숙제를 서로 봐주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 스터디룸은 미리 예약만 하면 독립된 공간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며 공부하기에 좋다. 학기 중에도 그룹토의 등을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

PM 3:00 계절학기 한 강의를 듣고 학교 앞 스터디 카페로 왔다. 노트북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키오스크에서 4시간권을 6000원에 끊은 뒤 노트북 작업이 가능한 자리에 앉았다. 출출해진 A씨는 한쪽에 마련된 간식바에서 커피 한잔과 과자를 조금 가져와 먹으며 오늘 수업한 내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코피스족 B씨는…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B씨는 평균 하루 두번씩은 카페에 간다. 한번은 업무 관련 미팅을 위해, 또 한번은 개인작업을 위해서다. 서울 광화문이나 상암동 같은 곳에서 일을 본 뒤 삼성동에 위치한 회사로 복귀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우선은 근처 카페로 들어가 급한 일을 처리한다. 콘센트가 많은 대형 카페 체인점이 근처에 있으면 다행, 그렇지 못하면 들어갈 때 직원에게 콘센트가 있는지부터 먼저 물어본다.

AM 11:30 점심 미팅을 위해 회사를 나선 뒤 30분이 지났는데 부장에게 전화가 왔다. 오전에 보낸 보도자료와 관련해 확인할 사항이 생겼다며 곧바로 피드백을 달라는 요청이다. 마침 지하철에서 내린 터라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급하게 음료 하나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펼친 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업무를 처리했다.

PM 4:00 카페에서 거래처와 미팅이 끝난 뒤 자료정리를 위해 B씨는 카페에 남았다.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하기 좋은 자리로 옮겼다. 이미 주변에는 노트북 작업을 하고 있는 서너명이 있었다.
B씨는 노트북을 펼쳐 30분가량 일을 한 뒤 관련 내용을 곧바로 부장에게 보고했다. 부장과 메신저로 대화하며 피드백을 받아 자료를 보완했다.
생각보다 작업이 길어지면서 B씨는 음료를 하나 더 주문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