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벤처캐피털 성장폭 둔화 추세 "이젠 숫자보다 생태계 키워야" [벤처투자 붐]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29 17:33

수정 2020.01.29 20:12

작년 벤처펀드 결성액 14.7%↓
업계 "재작년 추경으로 기저효과"
박영선 "폭 줄어도 성장성 지속"
벤처캐피털 성장폭 둔화 추세 "이젠 숫자보다 생태계 키워야" [벤처투자 붐]
지난해 벤처투자(VC)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오히려 성장폭이 둔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업계에서는 "2018년 추경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VC 시장에서 생기는 시간차 때문에 생긴 오해일 뿐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은 4조1105억원으로, 전년(4조8208억원) 대비 14.7% 감소했다. 민간은행이나 연기금 등 기관출자자의 펀드 참여가 줄면서 펀드 결성액은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중기부는 올해 벤처투자 규모를 4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부터 매년 30% 이상 성장해 온 것과 달리 올해 시장 성장률은 7%에 그치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이날 박영선 중기부 장관도 "(VC 시장이) 매년 똑같이 성장할 순 없다. 두자리로 규모가 커지면 성장폭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벤처캐피털업계는 업계가 성장하고 있어 당장의 숫자보다 방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2018년 추경으로 출자금액이 늘면서 펀드 결성액이 갑자기 커졌다. 그 기저효과로 올해 펀드 결성이 줄어든 것"이라며 "단순한 숫자보다는 벤처투자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트렌드(경향성)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어 "벤처도 생태계라 선순환이 중요하다. 창업이 활성화 안되면 VC도 활성화 안되고 엑시트(회수)도 안된다. 투자만 늘린다고 다 늘어나는 게 아니다. 전체가 맞물려 커져야 한다"며 "그동안 창업과 투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스케일업과 회수도 신경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발표한 '스케일업 펀드'는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는 "투자금액이 얼마나 확대됐는지, 펀드결성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보다 방향성을 봐야 한다"며 "예전에는 펀딩이 안 돼서 벤처기업이 크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이제 우리나라 벤처기업들도 더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이어 "VC 펀드는 8~10년 주기의 장기투자 펀드다.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바로 관심을 꺼선 안 된다"며 "단기적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하게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히려 VC 시장 규모가 갑자기 커지면서 '기업가치 인플레이션'도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VC업체 대표는 "VC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투자기업들의 밸류가 너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투자금 증가 속도가 유망한 스타트업이 생기는 속도보다 빠르다 보니 일시적이지만 이런 우려도 필연적으로 나온다.
다만 이제 업계에서 '스타트업을 하면 충분히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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