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글로벌 다자무역체제 재편 급물살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30 16:23

수정 2020.01.30 16:23

[파이낸셜뉴스] 2020년 글로벌 다자무역체제가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의 변화 폭이 크다. 29일(현지시간)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유럽연합(EU) 의회가 영국의 회원국 탈퇴를 최종 승인했고 동시에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94년부터 발효, 유지돼 왔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서명했다. 이로써 그간 세계무역기구(WTO)가 지탱해 온 다자무역체제에 향후 지역별, 분야별로 무역협정이 중첩된 '다층무역체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EU, 브렉시트 비준...英과 '한식구' 끝내고 새출발
Members of the European Parliament react after voting on the Brexit deal during a plenary session at the European Parliament in Brussels, Belgium January 29, 2020. REUTERS/Yves Herman/Pool /REUTERS/뉴스1 /사진=
Members of the European Parliament react after voting on the Brexit deal during a plenary session at the European Parliament in Brussels, Belgium January 29, 2020. REUTERS/Yves Herman/Pool /REUTERS/뉴스1 /사진=
EU는 29일 영국의 탈퇴(브렉시트)협정을 비준하면서 4년 가까이 끌어왔던 브렉시트 절차를 공식적으로 마쳤다. 영국은 이달 말 EU에서 분리되더라도 11개월의 이행기간 동안 기존의 의무와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동시에 EU와 새로운 관계 설정이라는 큰 숙제를 끝내야 한다.


EU의 유럽의회는 29일 표결에서 찬성 621표대 반대 49표, 기권 13표로 브렉시트 탈퇴 협정을 비준했다. 영국은 앞서 자체적으로 의회 비준과 왕실 재가를 끝냈기 때문에 이달 3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2월 1일 오전 8시)에 공식적으로 EU에서 탈퇴한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했던 영국은 47년 만에 EU를 떠나며 첫 탈퇴국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협정 비준이 양자 간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고 양측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환경 분야 등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영국을 사랑하며 양쪽은 서로 멀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럽의회 의원들은 표결 후 스코틀랜드 민요를 부르며 작별 인사를 나눴으며 영국 의원들은 찬반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유럽의회 안팎에서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했던 나이젤 파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는 이날 마지막 연설에서 "나는 유럽 각국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토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무역과 친교, 협력, 호혜 등은 이러한 기관이나 권력 없이도 얻을 수 있다"며 회원국의 주권을 제약하는 EU를 맹비난했다.

영국은 탈퇴 이후에도 이행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EU 단일 관세 동맹에 남아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다. 영국인은 종전처럼 EU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며 EU 차원에서 적용되던 면허나 연금 등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대신 영국은 이행기간 동안 계속해서 EU 예산을 보태야 하며 재판 과정에서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아울러 영국은 2월 1일 이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럽의회 의석 73석을 상실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제 특별 초청이 없으면 EU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며 그동안 브렉시트 문제를 다뤘던 영국 '브렉시트부'와 장관직 모두 폐지된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기해 여권 색을 1921년 도안으로 되돌릴 예정이며 이행기간 동안 쓰일 기념 주화도 발행할 계획이다. 영국은 이행기간 동안 일단 EU 시장에 머무는 만큼 타국과 공식적인 무역협정을 시작할 수 없으나 비공식적인 대화는 가능하다.

최우선 과제는 EU와 무역 관계 재정립이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수석 협상 대표는 향후 영국과 대화에서 회원국의 이익을 지키면서 "인내심과 객관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서명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를 대체하는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1.30.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를 대체하는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1.30.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9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서명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USMCA 서명식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우리는 마침내 나프타의 악몽을 끝냈다"며 "지금껏 이뤄진 무역협정 중 가장 크고 공정하며 균형잡힌 현대적인 협정을 맺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세 나라 모두에게 있어 축하할 일"이라며 "이번 협정은 미국의 농업에 엄청난 돌파구이며 미국의 제조업체와 자동차업체의 근로자들에게도 엄청난 승리"라고 자화자찬했다.

서명식 이후 백악관은 이날 자료를 통해 "USMCA는 60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35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활동을 창출할 잠재력을 갖는다"며 "이번 협정으로 미국의 낙농업 유제품 수출이 연간 3억1500만달러 가까이 증가하고 최대 7만6000개의 자동차산업 일자리를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서명식에 앞서 지난 16일 미국 상원은 USMCA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9표, 반대 10표로 가결했다. 멕시코는 지난해 12월 10일 비준했으며 이제 남은 것은 캐나다로 2월 내에 비준을 마칠 예정이다. 캐나다 비준까지 끝나면 USMCA는 공식적으로 발효되며 1994년 발효됐던 NAFTA는 2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폐기를 약속했던 NAFTA가 사라지게 되면서 미·중 무역협상과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두 가지가 완수됐지만 NAFTA의 정신은 지속될 것이라고 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총선에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해 힘을 잃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곧 서명을 위해 야당인 보수당과 거래를 하는 과정이 남았지만 곧 비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USMCA의 95%가 NAFTA와 같지만 일부 산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SMCA가 발효되면 자동차 산업의 경우 부품의 역내 생산 비율이 높아지고 관세 면제 대상인 차종이 확대될 예정이다.
또 미국 농산물 및 유제품의 캐나다 수출을 확대된다. 인터넷, 디지털 서비스, 전자상거래 관련 조항도 새로 반영됐다.


AP통신은 "통상전문가들이 새 협정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며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미 미국의 상위 2개 수출시장으로 1억5200만개의 비농업 일자리를 가진 22조달러 규모의 미 경제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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