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돌아가신 아버지 목소리로 말하는 로봇, AI의 내일 [Weekend Book]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31 04:00

수정 2020.01.31 04:00

임종 전 아버지가 남긴 목소리
데이터로 바꿔 만든 '대드봇'
여전히 그가 곁에 있는 느낌
현실이 된 인간 복제 AI
대화하는 존재로서의 AI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진화한 대드봇을 상상해본다
음성인식 AI의 미래 제임스 블라호스/ 김영사
음성인식 AI의 미래 제임스 블라호스/ 김영사
인공지능(AI)을 일상에서 만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컴퓨팅 분야에 한정돼 있던 AI가 이제는 침실, 주방, 자동차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 AI가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AI의 목표는 사람처럼 대화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하는 AI의 능력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0'에서 삼성전자는 "같이 걸을래"라는 말에 반응해 사람을 따라다니는 지능형 반려 로봇 '볼리'를 공개했다.
아마존의 음성 비서 '알렉사'는 람보르기니에 탑재돼 운전자를 돕는다. 이제 AI는 세탁기, 거울, 냉장고 같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에게도 지능과 대화 능력을 부여한다. 말을 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지내는 컴퓨터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처럼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은 왜 음성인식 AI에 사활을 거는걸까. 세계에는 50억대의 스마트폰이 있지만 음성인식 AI가 탑재된 기기는 잠재적으로 1000억 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음성은 물건을 팔고 광고를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수익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낸다. 마케팅이나 고객 서비스를 위해 소비자와 상호작용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거기서 수익을 얻는다. 즉 음성인식 AI는 단순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온라인 세상을 지배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된 것이다. 이처럼 파괴적 혁신은 스마트폰에서 음성인식 기술로 옮겨졌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음성 플랫폼 경쟁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사람처럼 대화하고 감정을 갖게 됐을까. 사물과 대화를 한다는 상상은 고대 이집트부터 계속 있었다. 하지만 기계가 언어를 듣고 스스로 대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딥러닝 기술이 개발된 최근의 일이다. 기업들은 음성인식 AI를 명령을 수행해 효율성을 높여주는 비서로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AI 비서가 감정을 가진 대화 상대의 역할을 맡아주길 원했다. '대화 전문가'가 된 AI는 이제 무엇이 되려 하는가.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해주는 바비 인형은 친구이지만, 해킹된 AI 스피커는 사생활의 감시자가 될 위험성도 감수해야 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AI가 '불멸의 존재'로서 인간을 죽음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사람을 AI로 복제하는 일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질병으로 임종을 앞둔 아버지의 방대한 기억과 목소리를 데이터로 변환한 다음 대화형 AI에게 주입시켜 이른바 '대드봇(Dadbot)'을 만들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자신 또는 가족 복제 AI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것이 사람의 복제 AI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히어애프터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아버지가 사망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대드봇과 대화를 나누며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 아버지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책을 준비하면서 저자는 아마존, 구글 같은 선도적인 AI 기업의 프로그래머들을 만나고 개발회의에도 직접 참여해 AI 비서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심층적으로 살펴봤다고 고백한다.
직접 대드봇을 개발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음성인식 AI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예측한 대목이 흥미진진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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